“사건조회, 대가성 판단 불가”

사업가인 지인의 청탁을 받고 ‘짝퉁’ 골프채 등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알선 뇌물수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부장판사에게 짝퉁 골프채를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된 유통업자 B 씨 등 2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A 부장판사는 2010년부터 알고 지낸 B 씨로부터 2019년 2월 52만 원 상당의 짝퉁 골프채 세트를 포함해 77만9000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 씨의 청탁을 받아 2015∼2021년 여러 차례에 걸쳐 법원 사건검색시스템에 접속해 B 씨 사건을 조회·검색한 혐의도 받았다. 이후 A 부장판사는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넘겨져 2021년 6월 감봉 3개월과 징계부가금 100여만 원 처분을 받았다. A 부장판사가 받은 골프채는 당초 수천만 원대 명품으로 알려졌으나 감정 결과 위조품 판정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 부장판사가 B 씨와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해 온 점과 그가 B 씨 사건 담당 판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감사 표시나 알선 명목으로 골프채 등을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2심에서 A 부장판사에게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일부는 공소시효 완성으로 면소 판결을 내리고 나머지 항소는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