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세계 질서 흔드는 ‘입’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택인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파나마 운하와 덴마크령 그린란드 문제에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 대선승리 인증후 첫 기자회견

덴마크·캐나다에 고관세 등
‘동맹·우방국에도 압박’ 시사

“美우선주의 2기는 확장주의
영토·경제이익 극대화” 관측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탐냈던 파나마 운하와 덴마크령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 군사력 사용까지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선 승리를 공식적으로 인증받자마자 ‘미국우선주의’를 내걸고 동맹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압박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으며 국제 질서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선 승리 인증 후 가진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최근 관심을 피력한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두 사안 어떤 것에 대해서도 나는 확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덴마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고 파나마는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과 우방을 향한 무력행사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셈이다. 그는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가 미국의 경제 안보와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고 밝히며 특히 그린란드 주민들이 독립 및 미국으로의 편입을 투표로 결정하는 상황을 덴마크가 방해하면 매우 높은 관세를 덴마크에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 운하(문제)는 현재 그들(파나마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뒤 “그들(파나마 정부)은 협정의 모든 면을 위반했고, 도덕적으로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플로리다 등 5개 주와 멕시코, 쿠바 등에 둘러싸인 멕시코만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꿀 것”이라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이냐.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캐나다에 대해서도 “경제적 강압”을 사용할 수 있다며 고율 관세 부과를 다시 한번 예고했다. 고강도 압박의 의도가 깔려있다 해도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발언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를 두고 1기 때 고립주의적 접근 방식에서 2기 때 확장주의, 개입주의적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 정책이 결국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리더이자 ‘세계의 경찰’로 해 오던 역할은 포기하는 대신 미국의 앞마당에서 영토와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지 크게보기 7일 그린란드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 두 번째)가 함께 온 차기 백악관 인사들과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공교롭게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를 방문해 5시간가량 머물기도 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현지 방송에 출연, “그린란드 총리가 이미 말했듯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신년사에서 “세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소위 식민주의의 족쇄라고 할 수 있는 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전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4월 의회 선거를 두고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라고 말해 독립 찬반 주민투표 추진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