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누란의 위기, 국가 리더십의 부재 속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과 행보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는 행정부와 입법부 두 권력이 파행을 거듭하는 한 해를 보냈다. 지난 연말에 벌어진 비상계엄과 해제, 그리고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로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경제 성장, 산업화와 민주화를 짧은 시일에 함께 이룬 국격에 심대한 상처를 입었다. 국가 리더십 부재 속에 최 권한대행이 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

우선, 안보·외교·통상 부문에 꼭 필요한 직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오는 20일)을 앞둔 6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국을 ‘패싱’한 채 미국과의 협상을 노린다. 우리의 대비태세 및 한미동맹 강화가 절실하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사 등으로 국방장관과 육참총장·수방사령관·방첩사령관·정보사령관 등 군 지휘부가 공백이다. 최 대행은 조속히 군 인사를 단행해 국가안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미 외교장관회담 차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최 대행을 예방,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과 최 대행 체제의 리더십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표명했다. 트럼프 리더십은 국가 고립주의와 자국 이기주의에 입각, 우리의 통상과 안보에 이르기까지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5년은 아·태 21개국 경제협력체인 에이펙(APEC) 정상회의의 호스트가 우리나라이다. 이와 관련한 장관급회의 등 200여 개 회의가 예정돼 있다. 미·중 갈등 구도에도 불구하고 미들파워로서 우리의 역할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개최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더구나 이번 정상회담으로 인한 지역경제 효과가 1조4000억 원, 전국적으론 1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바 최 대행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참으로 어렵다. 지난해 역대급의 수출 실적 등 대외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2.2%에 그쳤고, 올해는 1.8%를 예측하지만 정치적 마비상태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생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대외 신인도 영향도 걱정이다. 가용한 정부 재정을 총동원해 경기 보강 패키지를 시행하고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민생 신속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 10월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최종 결정됐다. 국제 투자시장 접근성이 상향됨으로써 외국인 투자 증가에 따른 금리 안정, 투자자 저변 확대, 외환 수급 개선 등이 전망됐다. 하지만 정치 실종, 리더십 공백으로 환율은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중이다.

그런 만큼 최 대행은 국민의 경제 하려는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권한과 의무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관리내각을 이끄는 소극적인 국정 운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서울청장 등 비어 있는 자리는 채우고, 올곧은 신념과 자세로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그것이 국난을 극복하고 이를 기회로 만드는 길이다. 정치권의 편 가르기에 치우침 없이 깨어 있는 국민을 보고 담대히 나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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