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6일 시연 중인 현악 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왼쪽부터 전채안, 박성현, 장윤선, 박은중. 뉴시스

“독주자에 치중된 클래식 현실
함께 음악 만들어갈때 더 감동”

올해 ‘공명’ 주제로 4차례 무대
9일 하이든 ‘십자가 위…’ 공연

현악 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은 2019년 9월 결성돼 약 5년간 국제 콩쿠르에서만 세 차례 우승한 한국 실내악계 차세대 주자이다. 그런데 여전히 재정적으로 열악하고, 콩쿠르 도전을 고민한다. 일부 스타 독주자와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이 집중 조명되는 한국 클래식계에서 실내악은 연주 기회가 극히 드물어서다.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아레테 콰르텟이 선정된 건 그런 점에서 관객과 해당 악단 모두에게 좋은 기회다.

아레테 콰르텟 역시 상주음악가로서 확실한 공연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6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연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인은 야구, 축구 같은 팀 스포츠에 열광하지만, 유독 클래식 시장에선 솔리스트(독주자)에 치중돼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클래식도 팀으로서 음악을 만들어갈 때 또 다른 아름다움과 감동이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레테 콰르텟은 전채안(제1 바이올린), 박은중(제2 바이올린), 장윤선(비올라), 박성현(첼로)으로 구성됐다. 실내악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아레테 콰르텟은 한동안 공석이었던 제2 바이올린에 막내 박은중이 지난해 합류해 지금의 팀이 완성됐고, 곧바로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팀명 ‘아레테’는 그리스어로 참된 목적 혹은 사람이나 사물의 탁월한 속성을 의미한다. 전채안은 “우리의 탁월함이 아니라 우리가 연주할 작품의 작곡가들이 지닌 탁월한 면을 보여주는 음악을 연주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올해 금호아트홀에서 ‘공명’을 주제로 네 차례 무대를 갖는다. 오는 9일 신년음악회를 기한 첫 공연에서는 하이든의 ‘십자가 위 예수의 마지막 일곱 말씀’을 들려준다.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인간의 슬픔과 이에 대한 용서를 그려 추모 분위기와도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어 모차르트, 브람스, 라벨, 쇼스타코비치 등을 거쳐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마지막 현악 사중주 작품으로 끝맺는다. 전채안은 “네 차례 무대를 우리가 온전히 기획하고 꾸밀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주자가 평소 하기 어려웠던 진취적인 음악을 관객에게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건 상주음악가 제도의 최대 장점이다. 이상민 음악 칼럼니스트는 “젊은 음악가들이 하고 싶던 음악으로 관객과 만나고, 지역 공연장에서도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연령 26세로 젊은 실내악단인 아레테 콰르텟의 포부는 누구보다 진중했다. 박성현은 “현악 사중주의 매력, 특히 많은 작곡가들이 왜 현악 사중주란 형식에 이 음악을 담아야 했는지 그 내막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저희의 음악적 발전이 한국 클래식계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그 책임감이 무대에서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