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DC 하얏트리전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연설을 듣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 영향력 무시 못 해 유럽 지도자들 골머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아부 행보


출범을 앞둔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영국과 독일의 현 정부를 공격하며 극우 세력에 대한 노골적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지도자들은 오히려 머스크 CEO 환심을 사기 위해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과 미국의 주요 언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X에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의회를 해산하고 새 총선거를 치러서 취임 7개월 된 노동당 정부를 몰아내야 한다는 게시물을 공유한 뒤 ‘예스’라며 동조 의견을 밝혔다. 전날 머스크 CEO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008∼2013년 왕립검찰청(CPS) 청장으로 있을 때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고 비난하면서 재조사와 스타머 총리 사퇴를 주장했다. 또 머스크 CEO는 지난해 10월부터 징역형을 살고 있는 영국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또 머스크 CEO는 지난달 도널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극우파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만나 1억 달러(약 1472억 원) 규모의 정치자금을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23일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도 머스크 CEO가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지난달 20일 머스크 CEO는 X에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데 이어 연말에는 독일 신문에 AfD가 "(독일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또 사회민주당(SPD) 소속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반민주적 폭군’이라고 부르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대해서는 "무능한 멍청이이며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런던에 본부를 둔 연구기관 ‘브리티시 퓨처’의 순데르 카트왈라 소장은 "머스크 CEO의 메시지가 영국과 독일에서 통하지 않고 있지만, 두 나라 정부들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때문에 대응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와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공직자조차 아닌 머스크가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며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머스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요약했다. 이 가운데 머스크 CEO의 공격 대상으로 찍히지 않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머스크에게 아부하고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머스크 CEO를 초청해 환대했다. 올해 2월 파리에서 열릴 인공지능(AI) 관련 정상회의에도 이들을 초청했다.

이종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