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작년 투자액 5000억 vs 1조4700억

엔비디아, MS·아마존 앞질러
미국 전체 투자규모는 116조

中도 6년간 2014조 투자할 듯
韓, 양국서 샌드위치 신세 우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 한 해에만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민관 합산 AI 벤처 투자 규모는 약 5000억 원으로 엔비디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AI 굴기’를 내세운 중국 역시 정부 주도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AI 산업 경쟁력이 미·중 사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스타트업 자금조달(펀딩) 50건과 인수·합병(M&A)을 포함한 기업 거래 등에 모두 10억 달러 상당을 투자했다. 2022년의 10배를 웃도는 규모다. AI칩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의 펀딩 라운드 참여 건수는 구글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2년 새 급증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을 앞질렀다. FT는 엔비디아의 투자 대상이 의료기술·검색엔진·게임·드론·반도체·교통관리·물류·데이터 저장 등 광범위하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를 다수 보유한 미국은 민간기업 주도로 세계 최대 규모의 AI 스타트업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미국의 AI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2023년 대비 27% 증가한 792억 달러(116조9700억 원)로 추산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오픈AI가 66억 달러(9조7400억 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AI 기업인 xAI가 60억 달러(8조8560억 원) 등의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민관 합동으로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AI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국영 투자 기관인 중국국제금융공사가 자국의 AI 기술 개발을 위해 향후 6년간 10조 위안(2014조1000억 원)을 투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의 경우 지난해에만 10억 위안(2010억 원) 규모의 벤처 캐피털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오는 7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5’에는 전체 참여 기업의 30%에 달하는 1500여 개 중국 업체가 참가해 ‘차이나 테크’를 과시한다. 반면 한국의 투자 규모는 ‘새 발의 피’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상반기 AI 스타트업에 약 2700억 원을 투자했다. 연간 규모로는 5000억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1개 민간기업인 엔비디아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