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수입많은 철강 등 치명타
‘강달러 = 수출호재’ 공식도 약화

산업계가 ‘고환율 쇼크’에 휘청이고 있다. 당장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정유·철강·식품 산업과 외화 부채가 많은 항공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강달러=수출 호재’라는 공식마저 깨지면서 주요 수출 업체마저 실적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환율 변동 여파에 더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은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작성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의 평균 제조원가는 4.43%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동일 조건에서 국내 전 산업의 평균 제조원가 역시 2.98% 상승하는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의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료 수입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근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유 업계의 경우 대량으로 원유를 미리 사두고, 몇 달 후 달러로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해 결제 시점의 환율 상승분이 환차손으로 돌아온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정유 업계가 입는 환차손이 1000억 원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항공사들 역시 고정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기 리스비와 유류비 등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식품 업체들도 비상이다. 국내 식품 업계는 밀가루·대두·옥수수·팜유 등 대부분의 곡물 및 식품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품 기업 A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원자재를 1000억 원가량 수입하던 기업은 환율이 20% 오르면 단순 계산으로 20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환율이 수출 기업에 호재라는 공식도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 기업의 경우 수출선 다변화로 미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반사이익이 갈수록 줄고 있다. 또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세 장벽 등을 피하기 위해 수출 대신 해외 현지 투자 및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공식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산업연구원은 환율이 10% 오르면 대기업은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 하락하지만, 중소기업은 환율이 1%만 올라도 영업이익률이 0.36%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신속한 개입과 지원책 없이는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병철·최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