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SK케미칼前대표 2심 뒤집혀
“복합사용 피해 인과 관계 불분명”

98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제조·판매업체 관계자들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한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어 이들에게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복합사용 피해자들에 대한 부분에 파기사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각 회사에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해 98명에게 폐 질환이나 천식 등을 앓게 하고, 그중 12명을 사망하게 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1심에서는 가습기 메이트의 주원료가 피해자들의 상해·사망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들의 상해·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해당 성분들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와 폐 질환 간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또 CMIT 등과는 다른 성분을 주원료로 하는 다른 가습기 살균제를 복합해서 사용한 피해자그룹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과실치상 혐의와 관련해서도 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와 공동정범 관계인 점이 인정된다며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성분이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와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한다면 인터넷망 등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상품의 구매·소비가 쉽게 이뤄지는 현재 사회에서 상품 제조·판매자들 등에 대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 범위가 무한정 확장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 가습기 살균제만으로 복합 사용 피해자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더 심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점에서 무죄 취지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