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4일 경북 칠곡군 무료급식소 ‘칠곡사랑의집’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자신들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모은 성금을 김재욱(가운데) 칠곡군수에게 전달하고 있다. 칠곡군청 제공

■ ‘칠곡사랑의집’서 끼니 때우는 어르신들 이웃사랑성금

폐지 줍고 공병 팔아 모은 돈
3개월간 110만원 군에 전달
작년엔 호우 이재민에 성금도
“더 어려운 사람에 힘 됐으면”

칠곡=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어르신들이 모은 지폐와 동전.

“지금까지 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기초연금을 받고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며 생활하는 80대 김 모 할머니는 지난 24일 꼬깃꼬깃 접힌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모금함에 넣으며 이같이 말했다.

노령과 빈곤으로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70∼90대 어르신들이 이웃을 돕기 위해 쌈짓돈을 내놓아 연말 극심한 경기 불황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26일 경북 칠곡군에 따르면, 칠곡군 무료 급식소 ‘칠곡사랑의집’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급식소에 마련된 모금함에 3개월 동안 모두 110만 원을 모았다. 급식소 측은 어르신들이 공공기관과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지만, 더 어려운 누군가를 생각하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자는 취지로 모금함을 마련했다.

3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사는 한 할머니는 금쪽 같은 지폐와 동전을 모금함에 넣으면서 “형편이 어려워지기 전에는 따뜻한 국물 한 술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다”며 “내 작은 정성이 더 어려운 분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국물 한 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 할아버지는 추위와 싸우며 힘들게 수거한 폐지와 공병을 팔아 모은 돈은 물론, 손주에게 용돈으로 주기 위해 베갯속에 보관했던 쌈짓돈까지 기부했다.

어르신들은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지만, 우리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감사하고 기쁘다”며 너도나도 동참했다. 이 급식소에는 하루 평균 120여 명이 찾고 있다. 모금함에는 1만 원짜리와 1000원짜리는 물론, 경로당에서 화투를 치기 위해 어르신들이 아껴두었던 100원과 10원 동전도 수북이 쌓였다.

이들의 기부행렬은 급식소 봉사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줬다. 권차남 칠곡사랑의집 센터장은 24일 어르신들이 기부한 현금에 직원들이 모은 90만 원을 보태 이웃 돕기 성금 200만 원을 칠곡군에 전달했다. 어르신들은 지난해 8월에도 칠곡군에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경북 북부지역 이재민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쌈짓돈을 모아 기탁하기도 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어르신들은 ‘나누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이들이 보내 준,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값진 성금을 뜻깊게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