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소비자가전쇼(CES) 2024’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차그룹 제로원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혁신생태계 리포트 2025 - (2) 현대차그룹 ‘제로원 컴퍼니빌더’

첨단기술 사내 스타트업 육성
연구·개발비 최대 3억원 지원

디폰, 車유리 256단계로 틴팅
분사뒤 美·中 등서 특허 30건

인재 참가 ‘제로원 데이’ 개최
새 프로젝트·사업 모델 선봬

안양 =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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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기 안양시에 있는 디폰 사무실. 차량 창문 모양인 스마트 윈도의 스위치를 조절하자 투명했던 유리 색이 까맣게 변했다. 마치 일반 유리에 틴팅(선팅) 작업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암흑에 가까운 차광(遮光) 효과를 보였다. 보통 차를 구매하면 햇빛·열 차단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틴팅을 하는데, 이때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농도를 어느 수준으로 결정하느냐다. 농도가 옅으면 외부로부터의 차단이 안 되고, 반대로 너무 짙으면 실내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디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VPLC(Variable Polarized Liquid Crystal·가변 편광 액정) 기술을 적용하면 별도 틴팅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VPLC는 투명 필름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불투명 상태로 변하는 방식으로, 필름만 부착하면 컨트롤러로 투명도를 256단계까지 미세 조절할 수 있다. 이 필름은 자외선 99.9% 차단, 단열 기능을 통한 26% 냉·난방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낸다. 또 자체적인 방음을 통해 대로의 소음을 도서관 수준으로 줄여주고, 불투명 정도에 따라 영상까지 맺히게 할 수 있어 창문으로 영화 감상도 가능하게 한다.

디폰의 VPLC 기술은 이미 양산차에 적용돼 단순 투명-불투명만 조절할 수 있는 PDLC(Polymer Dispersed Liquid Crystal·고분자 분산형 액정)보다 진보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디폰은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지난 2021년 6월 독립기업으로 분사했다. 현재 미국에서 4건, 중국에서 2건 등 총 30건의 스마트 필름기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모빌리티를 넘어 호텔·회의실·홈시네마 등 유리가 설치되는 모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 1월에는 KCC글라스와 함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소비자가전쇼(CES)에 참가해 양산을 앞둔 스마트 윈도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성우 디폰 대표는 “현대차그룹의 체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미래 시장 개척이라는 도전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트렌드에 부합하는 스마트 윈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투명 필름에 전류를 공급해 검은색 불투명 상태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 윈도 기술인 VPLC가 차량용 유리에 적용된 모습. 디폰 제공

현대차그룹이 20년 넘게 운영해 온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 꾸준히 혁신기업을 배출하며 미래 분야에서 무한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지난 2000년 ‘벤처플라자’를 출범시킨 현대차그룹은 2021년 명칭을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바꾸며 자동차 외 분야로까지 다양한 사내 스타트업을 선발·육성하고 있다. 선발한 스타트업에는 최대 3억 원의 개발 비용을 지원하고, 이후 1년간 제품·서비스 개발 및 사업화 기간을 거쳐 분사 또는 사내 사업화 여부를 평가한다. 현대차그룹은 분사 시점에 1억 원 규모를 투자해 스타트업 지분에 참여하고,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분사 이후 3년까지 재입사 기회도 부여하고 있다. 분사한 스타트업에는 사업 자금 유치 지원·글로벌 진출 지원 등을 통해 사업 초반 홀로서기를 돕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분사시킨 사내 스타트업은 총 36개 사다. 현재 분사 후 창업한 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35개 사의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2871억 원, 채용인원은 986명에 달한다. 사업 영역은 스마트 윈도 필름·차량 내 공기질 관리 솔루션·차량 내 유아 안전 기술·폐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종합 솔루션·실시간 선복 공유 플랫폼·공간별 최적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자율주행 배송 로봇 등 다양하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6개 스타트업을 육성 중이고, 내년 2월 추가 분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창의인재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매년 ‘제로원 데이’도 개최하고 있다. 제로원 데이에는 예술가와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참가해 자신의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모델을 대중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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