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관련 서류 수령을 계속 거부하는 것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23일 송달 효력이 이미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고 오는 27일 첫 변론기일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재판의 심리 지연을 강제 중단한 것으로, 타당한 결정이다. 심리 관련 서류를 대통령실은 ‘수취인 부재’로, 관저는 ‘수취 거절’로 받지 않은 것은, 대통령으로서도 계엄의 정점으로서도 구차한 행태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요구서 수령도 두 차례 거부했다.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자신의 담화를 거짓말로 만드는 자가당착이다. 수사 당국은 긴급체포 등 강제 수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윤 대통령 의중을 전달한다는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은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했는데, 위헌·불법적 계엄 선포로 나라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밀어 넣고 정치·안보·경제에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끼친 사람이 수사·재판·탄핵 순서를 정하겠다는 발상부터 황당하다.

대통령의 정직성을 송두리째 흔드는 정황도 불거졌다. 명태균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은 최근 윤 대통령이 취임 하루 전에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문제로 통화하며 “내가 윤상현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한다. 지난 11월 기자회견 때 윤 대통령은 “공관위원장이 윤상현 의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는데, 뻔뻔한 거짓말이 된다. 법률 대리인단 선정이 늦어지는 이유의 하나가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니, 더욱 안타깝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송달 간주’ 발표와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 2심을 다루는 서울고등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임했다. 이 대표가 고의로 재판을 방해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야당 대표의 국선변호인, 이 역시 참담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