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는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날벼락이나 다름없었겠지만, 이후의 대응을 보면 과연 계엄에 반대하긴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 12일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한 데 이어, 24일엔 권 원내대표가 친윤 성향인 권영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하고 의원총회 추인 절차를 거쳤다. 권 의원은 전국위원회 추인 등 선출 절차를 마치면 다양한 인사들을 영입해 비대위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대한 시기에 당의 얼굴이 권성동-권영세 두 사람이 되면 ‘도로 친윤당’도 넘어 ‘계엄 비호당’ 이미지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서울대 법대 선배이기도 하다. 보수 정당 소속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서울 지역구 5선 경력에다 원만한 성품 등으로 여권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권 의원도 “당의 화합이 최우선 과제”라고 하는데, 무엇을 위한 화합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다수 국민 여론보다는 당의 안정을 앞세운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긴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 3일 ‘계엄의 밤’ 당시 권 의원은 계엄 사태를 인지한 글을 의원 단톡방에 올려놓고 국회 본회의장에 가지 않은 채 당사에 머물렀다고 한다. 계엄과 탄핵소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 당시 한동훈 전 대표와 18명의 의원만 본회의장에 나왔고, 50여 명은 당사에서 TV로 지켜봤다. 탄핵 소추 표결에서 85명이나 반대표를 던졌고, 친윤 인사들은 찬성 의원을 겨냥해 ‘쥐×끼’ ‘부역자’ ‘배신자’ 비난을 퍼붓고 “똘똘 뭉치자”고 주장했다. 여당은 정상화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으니, 억지로 단추를 계속 채우더라도 모양새는 기형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