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아메리카 페스트 2024’ 행사에서 연설 중 관중들을 살펴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통행료 비싸다”며 엄포
‘친미 기조’ 파나마서 강한 반감
대통령 “영토 주권은 타협불가”

멕시코, 中의류 겨냥 “35% 관세”
트럼프에 ‘미국과 원팀’ 메시지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를 두고 우방과 연일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 통행료가 터무니없다고 운하의 소유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자 파나마 측은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22일 청년 보수단체인 ‘터닝포인트 USA’가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개최한 ‘아메리카 페스트 2024’ 행사 중 연설을 통해 미 해군 및 상업용 선박 통행료를 지적하며 “파나마가 부과하는 통행료는 터무니없고 매우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대한 완전한 강탈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미국이 파나마에 운하의 소유권을 넘긴) 이 관대한 기부의 도덕적·법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신속하고 의문의 여지 없이 반환을 요구할 것이다. 파나마 당국자 여러분, 그에 따라 행동하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SNS에도 같은 주장의 글을 게재했다. 이에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X에 올린 대국민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 국민의 독점적 재산”이라며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국내 영토 주권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1914년 완공 후부터 85년가량 관리해 오다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운영권을 넘겼고, 파나마 정부는 친미 기조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날 주장은 파나마 내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 특유의,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둔 엄포성 발언이라는 평도 있다.

앞서 캐나다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격’을 받은 멕시코 정부는 미국·캐나다를 제외한 의류 완제품 138종에 대해 35%의 수입 관세 부과 방침을 공표했다. 멕시코 당국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이번 관세 부과의 타깃은 중국 업체들이라는 게 현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려는 중국에 관세 장벽을 높이며 트럼프 당선인에게 미국과 원팀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국방부 2인자인 부장관에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스티븐 파인버그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서버러스 캐피털은 극초음속 미사일 사업에 투자했으며, 파인버그는 한때 용병업체 다인코프(DynCorp)를 소유하기도 했다. 그의 자산 가치는 50억 달러(약 7조237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이 자국 방어를 최대한 스스로 책임지고 주한미군은 중국 억제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를 정책 차관에 지명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재무부 경제정책 고문을 지낸 스티븐 미런을 지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