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회 코앞에 주차된 트랙터…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며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트랙터 상경시위’를 벌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10대가 23일 오전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인근 한강 둔치 주차장에 주차돼 있다. 문호남 기자

■ 전농, 2차 대행진 예고

경찰, 트랙터시위 제한통고 했다가
김성회 의원 등 요구에 통행 허용
집회지 이탈 대통령 관저 앞까지 행진

수뇌부 공백에 대응력 약화 평가

경찰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상경시위’를 당초 ‘제한 통고’했다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방문 후 일부 허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내란 혐의로 구속되면서 초유의 ‘지휘 공백’을 맞은 경찰이 야당의 압박에 ‘불법 집회는 엄정 대응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탄핵 찬반 집회’가 매일같이 전국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 경찰들 사이에서는 “불법 집회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농과 경찰은 지난 21일 정오부터 28시간가량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대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주장하며 트랙터 25대, 화물차 50여 대 등을 몰고 ‘상경 집회’에 나선 전농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하려 했지만, 경찰이 교통대란 및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트랙터 진입을 불허하면서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민주당 의원 등은 22일 오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만나 “집회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항의했다. 이후 경찰은 트랙터 10대에 한해 진입을 허용, 오후 4시 40분쯤 시위대를 막아섰던 경찰버스와 경력도 모두 철수시켰다. 트랙터 10대와 전농 조합원 등 3000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6시 20분쯤부터 2시간가량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이 밤을 새우면서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등 안전 문제가 있었고 교통 통제를 이어갈 경우 극심한 교통대란이 예상돼 일부 트랙터 행진을 허용한 것”이라며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에는 이날 지휘부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한 경찰은 “자괴감을 느낀다. 28시간 동안 통제하다 야당 의원의 말에 휘둘려 (불법 시위에 길을) 열어주는 모양새가 됐다”며 “수뇌부가 없는데 야당 의원들은 계속 집회에 참여하고 있으니 그 누구도 책임지고 (불법집회 대응에)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일선서의 한 경찰도 “경찰도 내란 공범이라는 오명 때문에 공권력의 권위가 떨어져 시위를 통제할 힘이 사라지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시위 차출에 진저리가 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을 연행하기도 했다.

전농은 ‘트랙터 2차 대행진’을 예고했다. 전농 관계자는 “현재 여의도 한강 둔치 주차장에 주차한 트랙터들은 오늘 화물차에 실어 지방으로 실어갈 것”이라며 “날짜 등 세부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향후 2차 트랙터 대행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지운·조언·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