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이냐 중진투톱이냐 ‘혼선’
권영세·나경원·윤희숙 등 거론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을 수습할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두고 당 대표 사퇴 일주일이 된 23일까지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김종인·김병준·인명진 전 비대위원장 사례처럼 당 쇄신을 강하게 이끌 원외 중량급 인사가 고갈되는 등 보수 인재풀이 씨가 말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당은 이날까지 차기 비대위원장을 두고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는 ‘원톱’ 체제, 권영세·나경원 의원 등 원내 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투톱’ 체제를 두고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많은 의원들이 제게 ‘원톱’으로 하는 게 좋다는 말을 전달했다”며 “의원 총의로 뽑은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쪽에선 권 의원 또는 나 의원이 비상 당권을 맡는 ‘투톱’ 체제가 거론된다. 권 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이 화합해 한목소리를 내고, 헌법·법률 정신을 세우는 등 쇄신을 주도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24일 의원총회를 통해 비대위원장을 임명한다.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란 비상국면에도 비대위원장 임명을 두고 혼선을 거듭하는 배경은 당 쇄신을 강하게 이끌 중량급 보수 인사가 없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구인난은 늘 반복됐지만 이번엔 씨가 말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직 국회의장 등 원로 그룹이 탄탄한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원로들이 현실 정치에 나서길 꺼리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물론 2016년 12월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2018년 7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해 당 쇄신을 강하게 이끌었지만, 현재는 이들 같은 중량급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여당 의원은 “권 권한대행, 권 의원 등이 최적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 여당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는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에 흐른다”고 전했다.

당의 쇄신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윤희숙 전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전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권 권한대행을 만난 것은 맞지만 비대위원장 제안을 받지는 않았다”며 “지금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을 안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