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육군 기동헬기로 처음 개발된 이후 상륙 기동, 의무 후송, 해경, 소방, 산림 등 10여 종에 이르는 수리온 파생형 헬기.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산 다목적 헬기 수리온(KUH) 첫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KAI는 23일 이라크 정부와 수리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금액은 1357억7329만원이다. KAI의 지난해 매출의 3.6% 규모다.계약기간은 2025년 3월31일부터 2029년 3월31일이다.

수리온은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2006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2012년 첫 실전 배치된 국산 기동헬기다.이라크 내무부는 22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리온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수리온 헬기 2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특수 소방 항공기 2대를 도입하는 계약"이라며 "이라크 헬기 조종사, 정비 기술자 등을 교육해주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타벳 모하메드 사이에드 알 아바시 이라크 국방부장관이 방한해 강구영 KAI 사장과 면담하면서 수출 기대감이 높아졌다.사미르 자키 후세인 알말리키(중장) 육군 항공사령관 등 이라크 군 고위관계자도 KAI를 찾았다.

알말리키 사령관은 KAI가 제작한 다목적 헬기 ‘수리온’을 타고 경남 사천 KAI 본사로 이동하기도 했다. KAI 본사에서는 수리온 계열의 중형 헬기 ‘흰수리’ 운용 모습을 참관하고 탑승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로 전력화 11주년을 맞은 수리온은 육군 기동헬기로 처음 개발된 이후 상륙 기동, 의무 후송, 해경, 소방, 산림 등 10여개 기종으로 진화하며 신뢰성과 임무 능력을 검증받았다.

KAI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그간 이라크 등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이 수리온에 관심을 보여 첫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왔다.수리온은 지난해 두바이 에어쇼에서 해외 첫 시범비행을 선보이며 국산 헬기의 우수성을 세계 무대에 알렸다. 이라크 외에도 중동 지역 국가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수리온 구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300여대의 수리온이 국내에서 군·관용 헬기로 운용되고 있으며, 오는 2026년에는 상륙 공격헬기와 소해헬기 등 공격, 기뢰 탐색 등의 특수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종이 추가로 개발될 예정이다.

KAI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어쇼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수리온 실물을 선보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대통령 탄핵소추로 국내 정치가 혼란한 상황에 처하면서 K-방산 수출 동력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수리온의 이라크 수출 성사로 이 같은 우려가 잦아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