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텅 빈 공장… 차갑게 식은 설비 지난 18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 내 한 철강업체 공장 내부가 작업자 없이 설비만 놓여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강덕(오른쪽) 포항시장이 중국산 철강재 덤핑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제철 포항1공장을 방문해 직원들로부터 현황을 소개받는 모습. 포항시청 제공

■ 철강산단 공장 줄폐업 위기감

“발주물량 줄어 매출 40% 감소”
“일 없어 직원들 휴직 내몰릴 판”

포스코·현대제철도 일부 셧다운
350개 공장 대다수 고난의 시기

포항=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지난 1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 내 A 업체. 철근으로 가득 쌓여 있어야 할 공장 안이 텅 비어 있다시피 했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철강제품 공습에 내수마저 갈수록 줄어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도 채 안 된다”며 “이대로 가면 내년엔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 업체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아파트 등 건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인근 제철 관련 쇳물이송 설비를 제작하는 B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올해 발주 물량 자체가 줄어 매출이 예년보다 40% 이상 감소했다”며 “공단 내 350여 개 공장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으로, 일부 업체는 직원들이 휴직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기간산업을 지탱해 온 철강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하면서 ‘철강 도시’ 포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과잉 생산된 철강이 국내에 덤핑으로 밀려오고 내수 경기마저 휘청거리면서 1968년 포스코 설립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미 철강산업 불황으로 포스코가 올해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 폐쇄 결정을 내렸고, 인근 현대제철마저 포항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철강산업을 이끄는 양대 기업의 부진에 연관 기업이 즐비한 포항철강산단 내 공장들이 줄폐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2021년 47만t에서 지난해 131만t으로 2년 사이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0월 기준 104만t에 이른다.

중국산 선재 수입량도 지난해 약 91만t으로 2020년 55만t 대비 약 65%나 증가했고, 올해도 10월까지 62만t으로 집계되는 등 국내 철강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영향은 포항지역 철강업체에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권 철강 수출액은 2018년 103억1700만 달러에서 2021년 85억5700만 달러, 2023년 64억6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포항지역 주력산업인 2차전지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앵커기업인 에코프로 계열사 및 포스코퓨처엠 등에서 수출하는 화학공업제품 월간 매출액이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48.3%가 급감해 기업마다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계엄·탄핵 등에 따른 국정 공백으로 실기(失期)할 경우 국가 핵심 기간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국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포항지역 경제계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연장과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 산업용 전기료 인하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건의했다”며 “정부는 이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철강산업 회생을 위한 강력한 추가 대책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