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음식 받으려 1만명 몰려
부상·실종 다수… 사망자 늘듯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무료 음식을 받으려던 어린이 30여 명이 압사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19일 BBC와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나이지리아 서남부 오요주 바쇼룬 마을의 한 이슬람 고등학교에서 열린 행사에서 최소 어린이 35명이 인파에 깔려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오요주 정부는 피해자들을 치료가 가능한 전국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한 병원 관계자는 BBC 측에 부상으로 입원한 6명의 어린이 중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혀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주최 측이 학교에 ‘크리스마스·연말 축하 놀이 공원’을 세우고 5000명의 어린이에게 각각 무료 음식과 5000나이라(약 4300원)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면서 1만 명가량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히 주최 측이 음식과 현금을 나눠주기 시작하자 어린이들이 일시에 몰려들면서 참사가 발생했다. 7세 아들과 함께 행사장에 있었던 한 여성은 “많은 사람이 넘어지고 짓밟혔고, 일부 실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학교장을 포함한 관계자 8명을 관리 부실 등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볼라 티누부 대통령은 자녀를 잃은 부모들에게 애도를 표시하고 관계 당국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나이지리아 정부 당국은 이번 사고 이후 자녀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병원에서 명단을 확인해 달라고 밝혔다.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나이지리아에서는 이러한 압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수도 아부자 근처에 위치한 나사라와 주립대학에서 열린 쌀 배급 행사에 군중이 몰리면서 여학생 2명이 압사하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같은 달 북부 바우치 주에서도 구호품 배분 행사 중 7명이 사망하는 압사 사고가 벌어졌고, 2월에는 나이지리아 세관이 압수한 쌀을 경매하는 장소에 군중이 몰려 5명이 압사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