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드디어 되찾은 정의…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56년 만의 미투, 60년 만의 정의’ 기자회견에서 최말자(오른쪽) 씨가 자신의 사건을 재심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의 결정에 환영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윤슬 기자

최 할머니 “정당방위 판결 받게 도와달라”

“여러분의 물방울 한 방울, 한 방울이 바위를 뚫었습니다.”

20일 마이크를 쥔 최말자(78) 씨는 미소를 머금은 표정이었지만, 목소리에선 억울한 처벌을 받아야 했던 수십 년 세월의 회한이 묻어나는 듯했다. 18일 대법원이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최 씨는 60년 만에 재심 기회를 얻게 됐다. 성폭행에 저항하다 상대의 혀를 깨물어 잘랐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처벌을 받은 뒤 반세기가 훌쩍 넘어서야 정의를 회복할 길이 열린 셈이다.

이날 서울 중구 정동의 한 건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 씨는 현장의 시민운동가와 취재진을 향해 “이 영광을 여러분께 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제가 이야기를 하려면 책을 내도 모자라고 하루 종일 해도 모자랄 것”이라는 최 씨가 “앞으로 재심에서 정당방위와 무죄가 나오도록 도와달라”며 머리를 숙이자 좌중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최 씨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수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도 “뒤집힌 정의를 바로잡을 기회를 갖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최 씨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했는데 검찰에서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쳤다’며 영장도 없이 체포·구금을 했다”며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구금이라고 판단해 재심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를 지원해온 한국여성의전화의 송란희 상임대표는 앞서 재심 청구를 기각한 법원 판단에 대해 “피해자·가해자 구분도 못 하는 우리 사법이 후세들에게 부끄럽다며 즉시 항고하겠다는 최 씨의 단호한 결심 덕에 대법원까지 다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60년 지나 당도한 정의의 문 앞에서 외치겠다”고 하자 참석자들은 “최말자는 무죄다”라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

조재연·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