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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브루크너, 교향곡 제4번 ‘낭만적’

착상 1년만인 1875년 곡 완성
단원들 “너무 어려워 연주못해”
대대적 수정거쳐 1881년 초연
새벽 알리는 호른 소리로 시작

클래식의 기악 음악 중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단연 교향곡일 것이다. ‘모두가 함께 울린다’는 그 어원처럼 100여 대의 악기들이 동시에 뿜어내는 교향곡의 사운드는 다른 장르와는 차원이 다른 음향적 만족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초심자들에게 있어선 가장 어려운 장르 또한 교향곡이다.

40분이 훌쩍 넘는 장대한 길이도 그렇거니와 제목이 주는 힌트도 없이 오롯이 음악을 통해 작품에 담긴 음악적 내용을 발견하고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해한 교향곡일지라도 제목이 붙어 있다면 한결 편한 마음으로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 바로 ‘낭만적’이란 부제를 지닌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4번’처럼 말이다.

1877년 12월 16일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3번’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됐을 때 그 결과는 그야말로 대재앙이었다. 미처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관객들은 하나둘씩 공연장을 빠져나가 작품이 끝날 무렵엔 겨우 25명의 관객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브루크너가 바그너를 위시한 진보 음악파 작곡가였다는 데 있다. 당시 빈 음악계는 브람스를 위시한 보수주의 악파와 바그너를 위시한 진보 악파가 대립하고 있었다. 중도 퇴장은 진보 음악파였던 브루크너에 대한 보수 음악파들의 도발이자 시위였던 것이다.

브루크너는 어떻게든 차기작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입증하고자 노력했을 것이 분명하다. 자신의 음악적 본령을 뒀던 교향곡을 통해서 말이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4번, ‘낭만적’의 착상은 1874년에 이뤄져 1년 만인 1875년에 완성됐다. 그러나 곧바로 연주로 이어질 수는 없었다. 연주하기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당시 초연을 위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리허설까지 가졌지만,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교향곡이 너무 어려워 연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 관객들의 보이콧과 함께 혹평을 받았던 ‘교향곡 제3번’이 초연됐고, 그 이듬해인 1878년 브루크너는 교향곡 제4번 ‘낭만적’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3악장은 완전히 새로 썼고, 다른 악장들도 대대적인 수정 작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작품에 대한 의심이 남아 있던 브루크너는 1880년 또 한 번의 수정을 거쳤고, 마침내 1881년 2월 20일 리히터의 지휘 아래 빈 필하모닉에 의해 빈에서 초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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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크너는 교향곡 4번에 직접 ‘낭만적’이라는 부제를 붙이는 한편, 1악장 도입부에 “중세 시대의 어느 도시, 동틀 무렵 성탑으로부터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면 성문이 열리고 이내 백마를 탄 기사들이 교외로 달려나간다. 기사들이 신비스러운 숲의 한가운데에 도달하자 숲의 속삭임과 새들의 노랫소리에 휘감긴다. 그리고 이와 같이 ‘낭만적’인 장면이 전개된다”는 구체적인 서술을 덧붙였다.

초연은 성공적이었다. 전작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찬사를 받았다. 브루크너는 교향곡 제4번 ‘낭만적’을 통해 마침내 자신의 명성을 알리게 됐다. 오늘날에도 브루크너의 작품 중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자 가장 빈번하게 연주되는 작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브루크너, 교향곡 제4번

1874년 작곡에 착수해 1881년 2월 20일 리히터의 지휘 아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됐다. 브루크너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총 4악장으로 이뤄져 있다. 제1악장 호른 소리가 동트는 새벽을 알리면, 현과 목관을 통해 숲을 연상시키는 전원적이고도 신비로운 악상들이 뒤따른다. 장례 행렬을 연상시키는 무거운 2악장이 뒤를 잇고, 사냥꾼들의 사냥을 연상케 하는 3악장이 연주된다. 4악장은 브루크너 특유의 정서가 짙은 악장으로 대자연, 더 나아가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명상적이고도 낭만적인 정취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