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송미령(왼쪽 두 번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1일 열린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 간담회’에서 농업계 관계자들의 발언을 청취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정부 ‘양곡법 개정안’ 대안 제시

소비 감소에도 과잉생산 지속
수요중심 적정 생산으로 개편
‘고품질 쌀 생산단지’ 신규지정

단백질 함량 표시 의무화 추진

정부가 ‘소비자 수요에 맞는 고품질 적정생산 구조’로 쌀 산업 대전환에 나섰다. 2018년 61.0㎏에서 지난해 56.4㎏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지만 관행적 생산체계를 답습하고 있는 탓에 쌀값 불안정이 반복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한 조치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공개된 ‘쌀 산업구조 개혁대책’(2025~2029년)의 목표는 소비자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 쌀 적정생산 체계로의 개편이다. 대책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우선 생산 측면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의 다양한 품종이 현장에서 많이 재배될 수 있도록 정부 보급종 공급체계를 소비자 중심으로 옮긴다는 방침이다. 현재 정부 보급종 체계는 농가로부터 종자 수요를 받아 종자를 생산·보급하는 구조다. 따라서 소비자 선호가 반영되기 어렵다. 농식품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맛과 품질이 뛰어난 고품질 품종을 2025년 15개 내외로 새롭게 선정하기로 했다. 또 선호 품종 비율을 2029년 9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생산자 단체 주도로 비료 저감 기술을 적용한 ‘고품질 쌀 전문생산단지’를 신규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한 곳당 50~100㏊ 규모로 2025년 시·도별 1곳씩 시범 운영하고, 2029년 시·도별 2곳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친환경 벼 생산 확대를 위해 일반 벼에서 친환경 벼로 전환하는 물량은 공공비축미로 매입하도록 공공비축제도도 개선한다. 양곡표시제도도 고품질 쌀 생산을 유도할 수 있도록 임의사항인 단백질 함량을 의무사항으로 개편한다. 쌀 등급제에서도 ‘상’ ‘보통’ 등급 대상으로 싸라기(부스러진 쌀) 함량 최고 한도를 낮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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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소비 측면에서는 산지유통업체의 혼합품종 취급비율을 낮추고 고품질·단일품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단일품종 취급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우대한다. 고품질 전문 RPC를 지정해 품종별로 사일로에 별도 보관하고 QR 코드 등으로 이력을 확인하는 생산이력제도도 시범 추진한다.

신규수요 창출에도 나선다. 쌀 가공산업과 밥쌀을 대체하는 가공밥 분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쌀 수급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 된 구곡과 수입쌀을 판매하는 정부양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신곡 사용량을 높이는 원재료 고급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양곡에서 민간 신곡사용으로 전환하는 식품기업에 대해 식품외식종합자금 등 관련 정책자금 우대를 제공한다. 가공용 정부양곡 공급은 밥쌀과 관련이 높은 가공밥류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통주 산업을 살리기 위해 2025년부터 주세 감면 구간을 확대하고 지역 특산주 원료 제한을 완화해 신제품 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다. K-푸드 인기를 기회로 쌀가공식품 수출을 냉동김밥(미국), 쌀음료(베트남) 등 국가별 유망품목 중심으로 확대한다. 초기 단계인 쌀 수출은 싱가포르 등 유망시장을 발굴한 뒤 시장성 조사·바이어 발굴 등으로 뒷받침할 방침이다. 외국인 수요가 높은 장립종과 혈당 저감 기능성 품종에 대한 신규 연구·개발(R&D)도 추진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산업이 더 이상 시장격리에 의존하지 않고도 공급과잉을 해소하면서 고품질 중심의 적정생산 체계로 바뀔 수 있도록 품질·품종 고급화와 신규수요 창출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