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기 기증자 한영광씨와 누나 한아름씨

헌혈 봉사 등으로 ‘나누는 삶’을 실천하던 30세 청년이 뇌사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해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5월 한영광(30) 씨가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뇌사로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13일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 5월 귀갓길에 낙상사고로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한 씨가 평소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를 좋아했고, 꾸준히 헌혈 등 봉사와 나눔을 해왔다며 이러한 아들이라면 마지막 순간에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한다면 기뻐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고인의 가족은 기증 후 국가에서 지원받은 장제비에 사비를 보태 1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고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늘 자신보다 남을 챙기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고 가족은 전했다. 어머니 홍성희 씨는 하늘로 떠난 아들에게 “너라면 삶의 끝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 ‘잘했다’고 응원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잘 이겨내겠다.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 씨의 누나 한아름 씨도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꿈만 같지만, 여전히 우리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네가 남긴 사랑이 누군가의 몸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잖아. 너에게 항상 표현이 부족하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는데, 네가 남긴 편지들을 보니 사랑해 누나라는 글들이 참 많더라. 착한 내 동생 영광아. 누나 동생으로 머물다 가줘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글을 남겼다.

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