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북한 인공지능(AI) 기술 성과물인 ‘은별(왼쪽사진)’과 ‘룡남산’. 산업은행 제공.

전 세계적으로 군사용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도 군사 능력 제고를 위한 AI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20년 내놓은 ‘AI, 전략적 안정성과 핵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37개 대학을 포함해 85개 정부 기관에서 AI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사이버 작전이나 무인기, 주민감시 등 전방위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 북한은 AI를 기반으로 사이버 공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핵 확장억지력 무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차원의 투자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군사용 AI 개발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은 1997년 자체 개발한 바둑 AI ‘은별’을 내놓은 바 있다. 은별은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었다. 또 김일성종합대학에서는 AI 번역기 ‘룡남산 5.1’을 선보였고, 이외에도 음성인식 프로그램이나 얼굴인식 시스템 등 각종 AI 프로그램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이 2019년 4월 헌법 26조를 개정해 경제노력의 핵심 노선에 ‘정보화’를 추가한 뒤 국가차원에서 AI 기술 투자에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8노스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잠재적인 AI 연구를 위한 학술적 파트너십을 고수하고 있으며,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특히, 북한과 관계된 중국 대학 및 기관 간의 협력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중국 해커들이 미국과 대만에서 사회적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표적 캠페인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북한 역시 사이버 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유사한 전술을 채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지난 11일 미래전쟁을 좌우할 AI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전담조직 ‘AI 신속 역량반’(AI Rapid Capabilities Cell)을 창설한다고 밝혔다. 라다 플럼 미 국방부 최고디지털·인공지능책임자는 AI 전담 조직 창설과 관련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같은 적들의 AI 도입이 빨라지고 있고 중대한 국가 안보 위험을 제기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북한과 중국 등의 ‘AI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란 점을 시사했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