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퇴진 집회 주도 김민웅 대표
2차가해 ‘유죄’ 판결 불거지며
후원금 반환 요청·비판 릴레이

시민들, 단체 신뢰도 떨어지며
직장·팬덤 등 개인단위로 참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를 이끌어온 시민단체 ‘촛불행동’의 김민웅 상임대표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2차 가해’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그동안 촛불행동 주도 탄핵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지지 철회’가 이어지고 있다. SNS에는 ‘촛불행동 후원금 반환 요청 인증 릴레이’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시민단체 주도의 집회에 불참하는 대신 ‘팬덤’, 지역, 세대 중심으로 결집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서 만난 직장인 강수영(26) 씨는 “촛불행동 관계자들이 촛불행동 SNS에서 김 대표의 유죄 판결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을 강퇴(강제 퇴장)시키는 걸 봤다”며 “범죄자를 대표자로 두고 있는 단체에 힘을 보태주고 싶지 않아 부모님과 개인적으로 시위에 왔다”고 말했다. 매일 탄핵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김모(29) 씨는 “그동안 촛불행동 주최 집회가 탄핵 집회 공식집회인 줄 알고 동행해 왔는데, 성범죄 옹호 집단인 걸 알고 참여를 후회했다”며 “앞으로는 대학 과 동기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20년 12월 자신의 SNS에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실명을 노출한 혐의로 올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김 대표는 판결 직후에도 무죄를 주장했고, 촛불행동도 “촛불행동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냈다.

온라인상에도 ‘2차 가해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촛불행동과 함께하지 말라’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촛불행동 공식 커뮤니티에는 “반성의 여지가 없는 성폭력 2차 가해자 상임대표 김민웅에게 마이크를 주고 싶지 않다” “대의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고 하더라도 해당 가해자를 옹호하는 행위는 대의가 될 수 없다” 등의 비판글이 올라왔다. SNS에는 후원금 반환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참여자들은 주최 측의 입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촛불행동 관계자는 “논란 이후 후원금 반환 요구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면서도 “상임대표 교체 등 입장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촛불행동에 대한 지지 철회는 시민단체 주도로 집회 형식과 내용이 결정되던 집회·시위 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 11일 탄핵 집회에 참여한 고등학생 황모(18) 군은 “시민단체 후원금 횡령사건 등을 경험하면서 시민단체를 신뢰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단체에 소속되지 않을 때 고등학생들의 입장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예비 고3’들끼리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6) 씨는 “촛불행동에 5만 원 후원했다가 취소하고 회사 동기들과 집회에 나가려 한다”며 “회사 상징색을 넣은 응원봉을 단체로 맞췄다”고 말했다. 한 아이돌 팬클럽은 SNS에 집회용 팬덤 현수막을 제작하기 위해 참여자를 모으는 등 팬덤 중심의 집회도 활성화되고 있다.

김린아·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