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 대학 총학생회장 ‘결의’ 밝혀

서울대 “표현의 자유 제한 분노”
카이스트 “R&D 예산삭감 실망”

38개 대학 학생회 신촌서 집회 열기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무관심층’으로 여겨졌던 대학생들이 다시 시국선언과 ‘탄핵 촛불집회’를 주도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3일 이례적으로 전국 38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여 ‘전국 대학생 총궐기’를 여는 가운데 서울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 참여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비상계엄 선포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행위”라며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김민규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대 학생들은 동문인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뒤흔들려고 한 것에 큰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대통령이 포고령을 통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려 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창화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대통령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미래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는 과학기술원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성원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은 “학우들은 이번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는 과정에서 연구계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다고 평가해 왔다”며 “지난 2월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행위) 사건’은 현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민성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학생회장은 “R&D 예산을 비롯해 학교 예산 대부분이 정부 지원금으로 구성돼 있어 그동안 목소리를 내는 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면서도 “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학생의 80% 이상이 공동성명문 참여에 찬성할 만큼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고태영 포항공대 총학생회장은 “이번 사태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 방문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크게 동요했다”고 말했다.

학생회장들은 청년 세대와 대학생 대표로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규 회장은 “그동안 대학 총학생회가 학생 복지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생들이 여전히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집단행동할 수 있는 주체라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청년 세대는 정치에 무감각하다고 하지만 누구보다 민주주의 속에서 태어났고 누구보다 촛불을 많이 경험했다”며 “집회·시위도 윗세대의 문화를 따르기보다는 우리 세대의 방식대로 표현하고 결집하고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희·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