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연구위원 “건설투자
정치 안정성과 상관관계 커”
공급사업 등 동력잃을 우려

최근 2년 동안 극심한 불황기를 지나온 건설부동산 업계가 혼란한 정국의 영향으로 더 깊은 침체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주택 공급 사업이 동력을 잃으면서 공급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와 주택 수요자들의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투자와 공급과 수요가 모두 말라붙으면서 전방위적인 건설 경기 침체 시나리오가 예상되고 있다.

12일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민소득 4만 달러 이하의 소득 하위국에 해당하는 한국은 경제 주체가 건설 투자를 결정할 때 정치적인 상황과 은행 대출 환경을 소득 상위 국가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정치적 불안정성이 건설업 투자를 계획된 수준보다 더 위축시킬 수 있어 공장이나 생산설비, 빌딩 등 비주거용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2019년 발간한 ‘정치적 안정성과 은행 예대율이 OECD 국가의 고정자본 투자에 미친 영향(박철한·이충열)’ 논문에서 한국 등 소득 하위 국가들의 비주거용 건설 투자와 정치적 안정성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날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부도 신고된 건설업체는 2019년 이후 최고치인 27곳에 이른다.

정부가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 등도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1기 신도시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이 추진될지부터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해 내년 계획을 다시 짜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공 순위 상위 건설사들도 비상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정책 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권 교체가 가시화되면 다주택자 매물 증가나 그에 따른 외곽 시세 하락이 나타날 것이고 노후 1기 신도시 정비사업도 현 정부가 의도한 것보다는 늦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주·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