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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이후 5번째 탄핵소추안
치안·행정 국정마비 현실화 우려
한덕수·김문수 탄핵도 검토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수감)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표결 처리하면서 국정 마비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5번째 탄핵 소추안이다. 장·차관의 탄핵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야권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야권은 이미 2선 후퇴한 윤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탄핵을 검토하고 있어 국방·치안·경제·행정 등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박 장관과 조 청장에 대한 탄핵 사유로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실행에 관여한 ‘내란 공범’을 들고 있다. 이런 기준으로 오는 14일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함께 한 총리에 대해서도 탄핵소추를 검토하고 있다. 한 총리가 계엄 선포 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만큼, 내란 공범이란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검토하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해선 해임 건의안을 준비하고 있다. 또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다른 국무위원에 대해서도 줄탄핵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권이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주요 부처 수장 공백 사태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대통령과 총리의 직무가 모두 정지되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그러나 헌정 사상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전례는 없었던 만큼 극심한 정부 내 혼란이 불가피하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추락할 것이란 관측도 상당하다. 한 총리는 전날 본회의에서 “우리 정치권이 정부하고 협력하지 않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을 때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한 총리의 권한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탄핵되지 않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국무총리 등에 임의로 위임하는 부분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국군통수, 정상외교 등 권한을 여전히 윤 대통령이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