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2024년 12월 3일 밤에 모두를 놀라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비상계엄 얘기다. 많은 사람이 계엄령 선포 사실도 모르고 잠자는 사이에 군 병력이 헬기를 타고 이동해 국회로 진입했다. 국회는 즉각 본회의를 소집해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참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새벽에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서 민주 법치질서를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일은 우리나라에선 일어나지 않는 게 맞는다. 내란죄는 너무나 중대한 범죄이기에 형법전에 있는 모든 범죄 가운데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란이란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가장 최근의 내란은 1980년 5월에 있었던 신군부 집단의 난폭한 시위 진압 행위이다. 당시 신군부는 광주에서 시작된 일련의 시위들을 강경하고 과격하게 진압함으로써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여 권능 행사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내란 행위에 대해서는 15년이 지난 뒤에 공소가 제기됐고, 기소된 16명 전원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내란수괴로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자 중 가장 낮은 형량은 징역 3년6월이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서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에 대해서는 장차 수사를 통해 정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내란 여부 판단이 가능해 보인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에게 ‘국회의원 150명 이상이 본회의장에 모이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150명은 국회 재적 의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헌법 제77조에 따라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150명 넘게 모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이러한 국회의 권능 행사가 불가능하게 하는 일에 해당한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이므로 그 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 했다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라는 요건을 충족한다. 이를 위해 폭동을 일으켰으면 내란이다. 폭동이라고 하려면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로 강력한 폭행·협박에 이르러야 한다. 1980년 5·18 당시에는 분명히 그 정도에 도달했었다. 헌법기관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권능 행사가 불가능하게 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번 비상계엄은 어떠한가. 국회의장, 여야 당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해 출동했던 부대는 어디로 갔는지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를 접수하기 위해 투입됐던 병력은 유리창을 깨고 국회로 진입한 뒤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그냥 대기만 하고 있었다.

12·3 비상계엄은, 신군부 집단에 대한 내란죄 판결문에도 나오는바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이번 비상계엄은 실패한 내란이다. 만약 성공한 내란이었다면 많은 정치인이 감옥에 가 있고, 거리엔 전차와 무장한 군인들이 깔렸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벌인 일은 내란이 아니라 내란미수이다. 어쨌거나 처벌 대상이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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