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10일 부패 혐의로 기소된 지 5년 만에 법원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기소 5년만에 출두해 혐의 부인
“18시간씩 일하며 책상서 점심”

가자지구 등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10일 부패 혐의로 기소된 지 5년 만에 법원에 출석했다. 현직 이스라엘 총리가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불려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네타냐후 총리는 5시간 동안 직접 변론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뇌물수수와 사기, 공공 신뢰 위반(배임) 등 비리 혐의 3건에 대해 재판받기 위해 텔아비브 법원에 출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세금 우대 입법 등을 원하는 해외 사업가들로부터 샴페인, 시가, 보석 등 19만5000달러(약 2억70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2019년 11월 기소됐다. 그는 이날 변론에서 혐의에 대해 “부패도 사기도 한 것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자신에게 이런 혐의를 씌우는 것이 ‘터무니없다’(ridiculous)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부패를 통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렸다는 의혹을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는 하루에 17∼18시간씩 일하며 책상에서 점심을 먹고, 흰 장갑을 낀 웨이터에게서 식사를 제공받은 일도 없다”면서 “가끔 시가를 피우는 죄를 짓기도 하지만, 항상 회의와 브리핑 참석 때문에 오랫동안 피우기도 힘들다. 게다가 샴페인은 싫어한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의혹은 “단순히 터무니없고 왜곡된 것을 넘어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항변했다. 언론과 막후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는 미디어를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다양화하고 싶을 뿐”이라며 “한 진영에 통제되지 않는 방송국이 더 많이 추가돼야 하며 투자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날 법원 밖에서는 취재진과 지지파, 반대파 등 시위대가 몰렸다. 지지자들은 “네타냐후, 국민은 당신을 지지한다”를 외쳤고, 시위대는 “비비(네타냐후 애칭)를 감옥으로”를 외쳤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달 말까지 매주 3회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다만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중동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재판 심리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