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英·伊 등 심사 보류 예정
우파정당들은 고국 송환 주장

시리아 내전이 수니파 반군의 승리로 종지부를 찍으면서 유럽 각국이 시리아 난민의 망명 절차를 중단하고 나섰다. 시리아 난민들이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탄압을 피하려 했던 수니파 주민인 만큼 망명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이민난민청은 이날 시리아 상황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시리아 난민 망명 심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다만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이번 결정이 이미 허가된 망명 자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올해 11개월간 시리아인 망명 신청이 7만2420건에 달하며, 이 중 4만7270건은 계류 중인 상태다. 독일을 비롯해 영국·이탈리아·오스트리아·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그리스 정부도 시리아 난민의 망명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조만간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며,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이미 허가한 망명 자격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는 시리아 국적자 약 97만 명 가운데 약 78만 명이 망명 자격을 얻었거나 신청한 상태다. 오스트리아(11만 명)와 스웨덴(9만 명), 네덜란드(8만 명) 등에도 다수 시리아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알아사드 정권의 폭압에 시리아를 떠난 수니파 이슬람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시리아 주민 중 74%가 수니파이며 시아파는 13% 정도다.

유럽 각국 우파 정당은 시리아 난민의 신속한 고국 송환을 주장하며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고 나섰다. 보수 성향 오스트리아국민당(OVP) 소속 게르하르트 카르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질서 있는 송환과 추방 절차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고, 독일 중도보수 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의 옌스 슈판 원내부대표는 시리아행 전세기를 띄우고 정착비용으로 1000유로(약 151만 원)씩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은 “시리아로 향하는 이 흐름은 빠르게 역류할 수 있으며, 위험한 불법 이주 경로를 통해 유럽 대륙과 영국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