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일 폐막한 ‘원주 그림책 페스티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책을 가져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장상민 기자

■ 이 도시가 특별하다
(中) 일상에 들어온 예술 - 원주·부천

원주 ‘그림책이 가꾼 문화도시’
전문도서관 갖추고 축제도 개최
어린이 작가들 그림책 생산자로
경매로 직접그린 그림 사고팔아

부천 ‘지역예술가와 함께 성장’
4년째 지역 미술유통시장 운영
그림 구매·감상을 일상에 옮겨
지역 연관 ‘50인 예술가’ 육성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개관한 원주 아트갤러리를 찾은 어린이 관람객들. 원주문화재단 제공

원주(강원)=장상민 기자
부천(경기)=박동미 기자

1차 법정 문화도시인 부천과 원주를 관통하는 주제는 ‘예술’이다. 두 도시는 ‘그림’을 매개로 지역민들의 문화향유를 증진하고, 지역 예술가를 성장시키는 데 집중했다. 원주에선 시민들의 그림책 활동이 축제로까지 성장한 ‘원주 그림책 페스티벌’이 해마다 열리고, 시각예술 생태계 조성을 모색한 부천은 ‘부천아트페어’를 통해 예술가와 시민을 ‘윈윈’하게 했다. ‘일상이 예술’이 된 두 도시의 특별한 매력을 들여다봤다.

◇어린이들 능동적 주체로…그림책으로 가꿔나가는 문화도시 원주

“다음 경매작은 가을의 에펠탑을 그린 작품입니다. 스위치를 올리면 불빛이 반짝이는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죠!”

지난달 20일 개막한 ‘2024 원주 그림책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인 지난 1일. 원주 남산골 문화센터에서는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어린이 작가’들의 그림책 시장과 경매가 열렸다. 사회자가 경매 개시를 선언하자 5000원에서 시작한 경매가는 순식간에 2만 원을 돌파했다. 경매에 앞서 진행된 마켓에서 직접 그린 그림과 소장품을 판매해 번 돈으로 경매에 뛰어든 아이들. 숙고를 거듭하며 호가를 올린다. 치열한 경쟁 뒤 그림책이 낙찰되자 그림을 판매한 아이와 구매한 아이 모두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6세 딸과 함께 행사에 참가한 원주시민 박모 씨는 “경매를 통해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사고, 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원하는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주를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일에 그림책은 큰 힘이 됐다. 2004년 폐버스를 활용해 시작된 그림책 전문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버스’는 어느새 원주시 그림책센터와 원주시 그림책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부터는 그림책을 주제로 축제가 시작됐다.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지 5년, 이제 원주 하면 그림책이 떠오를 정도다.

이날 경매는 그림책 페스티벌의 폐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다채로운 그림을 보고 만지고 듣기 위해 방문한 가족들로 북적였다. 특히, 생태를 주제로 한 올해는 원주는 물론 순천과 제주 등 지역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을 집중 조명했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고민하는 다양한 작업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다. 무엇보다 그림책이라는 콘텐츠의 수용자로서만 여겨지던 아이들을 직접 그리고, 사고, 파는 생산자이자 소비자, 능동적인 주체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여타 문화도시들의 정책과도 차별화된다. 그림책 페스티벌 사업을 총괄하는 이상희 원주시 그림책센터장은 “원주는 예술적 저력을 지닌 도시로 수년간 그림책 프리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페스티벌도 시민들이 중심이 돼 흥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채롭게 사업을 확장해 원주 문화도시의 DNA에 그림책을 아로새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월 부천아트벙커 B39에서 열린 ‘부천아트페어’를 즐기는 시민들. 화랑이 아닌 작가 중심의 미술품 장터로 부천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이다. 부천문화재단 제공

◇지역 예술가의 성장 도모…예술이 시민의 일상 속에 들어온 부천

부천은 2020년 1차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후, 지역 예술가가 성장하고, 이를 통해 다시 시민이 예술로 일상을 풍부하게 채워 넣을 수 있는 도시를 추구해 왔다. 즉, 지난 5년간 문화도시 부천은 도시 전체의 문화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2021년 시작한 ‘부천아트페어’가 그 가시적인 성과 중 하나다.

부천은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 문화적 기반이 다양하지만 상대적으로 미술 분야의 발전은 부족했다. 따라서 최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의 열기를 이어받아 지역형 미술 유통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부천아트페어를 시작했다. 또한, 이를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으로서만 여기지 않고 확장해 나갔다. 즉, 부천아트페어는 부천과 연관된 ‘50인의 예술가’를 선발해 키워내는 ‘예술생태계’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부천문화도시센터에서 만난 문화도시 사업 관계자는 “시각예술의 향유를 대도시와 거대자본에서 지역과 시민에게 이동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고 자부했다.

지난 8월 부천 현대백화점 중동점과 부천아트벙커 B39 두 곳에서 진행된 ‘2024 부천아트페어’는 장소부터 상징적이다. 하나는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상업 시설이고, 또 하나는 순수하게 예술적 가치가 도드라지는 곳이다. 접근성과 본연의 의미 둘 다 고려한 위치 선정이다. 또, 주제가 ‘인생 작품 찾기’인 것만 봐도 매우 시민 친화적이다. 그림을 보고 구매하고 소장해서 두고두고 감상하는 일이 특정인들만의 것,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일상 속 예술이 흔해지는 것이 바로 ‘문화도시’가 아니냐고 묻는 듯하다. 아트페어 판매액과 관람객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네 번의 장터에서 1억 원에 달하는 판매액을 올렸고, 올해는 관람객 2만6000여 명을 달성했다.

부천은 ‘말할 수 있는 도시, 귀담아듣는 도시’라는 문화도시 부천의 슬로건에 발맞춰 시민의 감정과 일상이 도시의 콘텐츠로 이어지는 ‘도시다감 : 감정사전’도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에 또 다른 예술 장르인 문학을 심는 작업이다. 도시다감은 ‘도시의 다양한 감성’이라는 뜻으로, 어린이, 청소년, 청년,이주민 등의 속내를 듣는 프로젝트다. 책으로도 출간됐으며, 지역 연극단체가 ‘미리내 삼대’라는 무대로도 선보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음악 및 뮤직비디오, 웹드라마, 전시 등 다양한 형태의 2차 창작물을 통해 지역 콘텐츠의 확산 및 경제적 효과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진행한 법정 문화도시 사업을 기반으로 부천은 문화상권을 만드는 ‘숍인숍’ 등 지역민들이 체감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로 향해 나아갈 생각이다”라며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