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때는 큰 피해 없었지만
최근 소비위축 상황서 우려 커
업체마다 매일 회의 열고 점검

‘연말 특수’를 노렸던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대통령 탄핵 추진에 따른 정세 불안 장기화를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는 큰 폭의 매출 감소와 같은 심각한 피해는 없었지만, 현재는 고물가 부담 누적으로 소비위축이 뚜렷한 상황이어서 정치 이슈가 내수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백화점·마트·슈퍼 등 종합소매업 개인 신용카드 지출액은 6조16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다음 달인 2017년 1월에는 지출액이 6조459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6.3% 늘었다.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정세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큰 폭의 소비위축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조사하는 유통업체 매출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12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고, 이듬해 1월에는 4.6% 늘었다. 다만 소비심리는 위축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6년 10월만 해도 102.0이었으나, 국회 탄핵 소추안 통과 이후인 2017년 1월에는 93.3까지 떨어졌다. 심리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지면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8년 만에 다시 정치 상황이 요동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최근 매일 회의를 열고 소비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연중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와 내년 설(1월 29일)을 앞두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 이슈가 경제 전반까지 뒤덮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호텔·여행업계는 이미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 각국은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한 대형 호텔 관계자는 “연말연시로 예정된 기업 포상이나 공공기관 행사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