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K·LG는 사내이사로 선임
CEO 맞먹는 영향력 평가도

최근 마무리된 국내 주요 기업의 연말 인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경영진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장기화 속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고조되면서 어느 때보다 재무안정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단행한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등기이사이자 CFO인 박학규 사장을 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로 이동시켰다. 박 사장은 최근 ‘글로벌 1위’ 수성에 적신호가 켜진 반도체(DS) 부문에 대한 사업 지원 역할을 도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성 그룹 비서실 재무팀 출신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재계 안팎에선 박 사장이 위기에 직면한 DS 부문 투자나 인수합병 등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경영 효율화를 도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DC그룹과 GS그룹도 CFO 출신을 대거 최고위직에 등용했다. HDC그룹은 지주사인 HDC의 정경구 대표(부사장)를 HDC현대산업개발 신임대표(사장)로 승진 임명하면서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근원적 경쟁력 확보 준비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신임대표는 2020년부터 2년간 현대산업개발의 CFO 대표를 역임했다. GS그룹의 지주사인 ㈜GS도 지난달 말 CFO 출신 홍순기 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발표하면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어떤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그룹 전반의 내실을 더 견고히 하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CFO 출신 임원들은 과거 ‘금고지기’에 국한됐던 역할을 넘어 CEO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위에까지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들이 신규 사업 투자나 생산라인 증대 등을 결정할 때 막대한 유보금·차입금 등이 투입되는 만큼 이들의 경험이 경영 판단에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SK·LG그룹에선 CFO가 CEO와 더불어 사내이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해외의 경우 위기에 내몰린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팻 겔싱어 CEO가 최근 사임한 가운데, 데이비드 진스너 CFO가 공동 대표를 맡아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2.0 시대에 더해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안팎에서 극심한 경영 불확실성을 겪는 만큼 CFO 출신 인사의 몸값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