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서 공사자재 운반때 이동
200마리 번식… 섬 생태계 위협

울릉=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경북 울릉군 독도에서 집쥐가 대거 번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환경 당국은 독도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고 내년 3월까지 완전히 퇴치하기로 했다.

9일 조영석 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독도 동·서도에 집쥐 덫을 놓고 무인카메라를 통해 확인하며 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도에 무인카메라 30여 대와 덫 30여 개, 서도에는 무인카메라 1개와 덫 1개를 설치했다.

이 결과 지난달 10∼11일 이틀 동안 동도에 설치한 덫에서 무려 14마리의 집쥐가 포획됐다. 조 교수팀은 무인카메라로 덫에 잡힌 집쥐를 확인하고 있으며, 그동안 추가로 많은 집쥐가 포획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번 주 중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독도는 겨울철엔 잦은 기상 악화로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덫은 다른 동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만든 파이프 형식으로 돼 있으며 먹이는 쥐가 좋아하는 땅콩버터를 쓰고 있다. 조 교수팀의 독도 집쥐 소탕은 대구지방환경청의 용역사업이다.

독도의 집쥐는 2008년 서도에서 흔적이 나타났고 2015년부터는 동도에서도 발견됐다. 조 교수는 “당시 서도 주민 숙소 공사를 위해 반입한 자재를 통해 울릉도의 집쥐가 옮겨졌다”며 “독도경비대가 근무하고 있어 서도보다 상대적으로 먹을 것이 많은 동도로 집쥐가 헤엄쳐서 이동해 번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집쥐가 독도로 이동한 것은 조 교수가 유전자 분석으로 확인했다. 조 교수는 독도에 150∼200마리의 집쥐가 번식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독도에는 집쥐가 파 놓은 굴도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집쥐는 주로 독도경비대원 등이 먹고 남은 음식 찌꺼기와 사육 중인 개의 먹이로 번식하며 심지어 풀잎도 먹어치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7∼8년 전에는 집쥐에 물려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50여 마리의 바다제비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조 교수는 “독도는 육지와 달리 집쥐가 번식하면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는다”며 “섬의 면적이 넓지 않기 때문에 내년 3월까지 집쥐를 박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