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재판부 "이메일 내역만으로는 확인 불가"
업무 스트레스 따른 발병 주장도 배척


뇌출혈 진단 직전 일주일 동안 야근 등 단기 과로를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업무상 질병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당뇨 등 뇌출혈 위험 요인을 이미 갖고 있었던 근로자인데다,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의 근무 강도를 확인할 증거자료도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회사원 A 씨가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2017년 3월부터 한 건설회사에 일한 A 씨는 해외 영업 및 공사비용 관련 소송 업무 등을 맡았다. A 씨는 2021년 8월 한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증상으로 응급실로 후송됐다가, 병원에서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가 발병 원인"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 씨는 "발병 직전 1주일간 추가로 재택근무를 했고, 사업장에서 근무한 시간과 재택근무 시간에 ‘야간 근무시간’을 할증하면 근무시간이 이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며 이같은 단기 과로가 뇌출혈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공단은 "A 씨가 단기 및 만성 과로 기준에 해당하지 않고, 업무상 스트레스도 일상적인 정도의 부담 외에 다른 업무상 부담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A 씨의 경우 업무가 원인이 되어 질병이 발생했거나 기존 질병이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사업장 근무시간에 재택근무 시간을 합치면 단기 과로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근거로 내세우는 이메일 내역만으로는 계속 자택에서 근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플랜트 건설업체의 업종 특성상 공사비 관련 소송 및 중재 업무가 돌발적이거나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라 보기는 어렵고, 뇌혈관의 기능에 이상을 줄 극도의 공포·놀람·흥분을 일으킬 정도의 업무상 부담이나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뇌출혈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당뇨, 고지혈증, 음주, 흡연이 있었던 상태였다"며 "감정의 소견 등에 비춰 보면 업무상 부담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촉발된 뇌출혈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위험인자가 현실화한 결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