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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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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싶은 일련의 사건 사고가 눈앞에서 펼쳐질 때가 있지요.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김추자의 노래처럼 외치고 싶은데 그 면면이 실시간으로 현장감을 자랑할 때가 있지요. 사람이 말이죠, 그것도 단 한 사람, (딱한 사람 아니고) 딱 한 사람 때문이라 할 적에 말이죠, 일순 말문이 막혔다가 곧장 분노로 폭발했다가 오래 슬픔으로 무력해진 내 얼굴을 발견할 때가 있지요. 그러니 이 문제는 내 문제, 나아가 우리 모두의 문제로 함께 붙들어야 함이 온당할 테지요.

하여 “사람이 어째서 이 모양인가!”(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 제목) 하는 말을 몇 날 며칠 곱씹다가 그 가운데 ‘사람’에 방점을 탕탕 찍고 그 자리를 ‘지도자’로 갈아 끼워서는 “지도자가 어째서 이 모양인가!” 탄식하고 나니 마주하게 되는 사람, 노자더란 얘기지요. 동시에 ‘도덕경’을 꺼내게도 되었다는 후문이지요.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이라는 제목에 ‘네 종류의 지도자’를 부제로 달고 있는 ‘도덕경’의 제17장을 새삼 밑줄 그어 다시 읽었다지요.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 그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 그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저기 저 생겨 먹은 그대로 솟아 있는 산이 있다 할 때 우리는 스스로 거기 오를 뿐, 구구절절 그 이유를 따져 묻지 않지요. 산은 스스로 거추장스럽게 존재를 뽐내지도 않고 우리를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내려다보지도 않지요. 산은 말이 없고 우리는 침묵 가운데 산의 음성을 저마다 느낄 뿐이지요. 더불어 우리는 산의 뒤를 알아서 좇는 데서 각기 다른 삶의 순리를 배워가지요. 노자에게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실로 ‘자연’스러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데 글쎄요, 뭐 꿈은 꿀 수 있어 아름다운 것일 테니까요.

반면에 노자가 칭한 가장 좋지 못한 지도자는 지금껏 우리가 흔히 봐왔던 부류의 사람이기는 해요.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부류이다. 스스로 도덕성을 상실하고 부패했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 정의니 인도주의니 하고 떠들어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조석으로 법령, 훈령, 지시를 내려도 사람들이 콧방귀나 뀐다. 불신 사회요, 나쁜 의미로의 혼돈이요, 혼란이다.” 이 책을 풀이한 오강남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읽다 보니 나는 지도자도 아니요, 그걸 꿈꾸는 이도 아니면서 거울이 내 앞에 놓인 것처럼 왜 내 얼굴부터 반추하나 싶더라고요. 내가 이 사회 속 한 ‘사람’으로 지금껏 ‘덕’이란 것을 고민이나 하고 살았나 싶은 부끄러움이 순간 치민 까닭이기도 했을 거예요. 고전의 역할은 아마 이런 데서 긴급 발동되기에 귀하다고 하는 걸 테고요.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가고 아낍니다. / (지도자가) 할 일을 다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 사람들은 말할 것입니다,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라”고.” 연이어 책을 하나 뽑고 보니 강석경 선생님의 ‘저 절로 가는 사람’이었다는 거, 그러고 보니 지금 막 올려다본 하늘의 구름이 어제와는 사뭇 또 다른 느낌이라는 거! 김민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