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0년 동안 나눔을 실천한 김기준(오른쪽) 할아버지와 김재욱 경북 칠곡군수. 칠곡군청 제공

칠곡군 김기준 씨, 박봉의 공무원 월급 쪼개 기부하고 전업한 뒤엔 농산물로 이웃사랑 실천


칠곡=박천학 기자



"진정한 나눔은 100m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경기입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40년 동안 나눔을 실천한 여든을 바라보는 아마추어 할아버지 마라토너의 선행이 이웃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소년소녀가장과 홀몸 어르신에게 김장 김치는 물론 등록금과 생필품을 후원한 김기준(76·경북 칠곡군 왜관읍) 할아버지다.

5일 칠곡군에 따르면 김 할아버지는 칠곡군 공무원 출신으로 자신의 논밭에서 재배한 농산물로 담근 김치는 물론 월급과 생활비를 쪼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6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16살때부터 철공소에서 일하며 배고픈 서러움을 몸소 체험하고 1976년부터는 칠곡군청에서 근무했다. 그는 1980년 우연히 한 소년소녀가장의 어려움을 접하고 공무원 박봉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1984년부터 공무원을 퇴직한 2005년까지 지역의 많은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월급의 30% 이상을 내어놓고 담배까지 끊었다.

퇴직과 함께 고정 소득이 사라지자 전업 농부로 변신해 땀과 정성으로 키운 농산물로 나눔을 이어오며 한 해 최대 32가구의 소년소녀가장을 후원해 왔다. 지난달 18일엔 왜관읍 지역사회장보장협의체 김장 봉사에는 김 할아버지로부터 대학교 입학금을 받아 가난을 극복했던 40대 여성이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김 할아버지는 대통령 표창(2005년)과 자랑스러운 도민상(2010년) 등 각종 상을 받았고 2000년엔 ‘좋은 한국인 대상’으로 받은 상금 500만 원을 기부했다. 그는 나눔을 계속하게 된 것은 "죽을 때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어라"라는 할머니의 유언과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자신과 맺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35년 동안 마라톤을 하며 50회 이상 풀 코스를 완주하고, 올해는 고령에도 하프 코스를 2시 7분에 완주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김 할아버지는 "100㎞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처럼 100세까지 건강하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인생 최대의 소원"이라며 "눈 감는 날까지 나눔과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어르신은 남을 도울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40년 동안 증명했다"며 "어르신의 선행이 알려져 따뜻한 나눔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