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내년 2월 법원장 인사 앞두고 전국 법관 대상 실명 천거 접수
전국법관회의 반발 조짐…9일 정기회 안건으로 법원장 인사 상정


내년 2월 법원장 인사를 앞둔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원 내 인기투표’라는 비판을 받은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법원장후보 추천제를 폐지하는 대신 법관 전원을 대상으로 법원장후보를 추천받는 일종의 ‘법원장천거제’를 추진 중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11월 26일까지 전국 법관들로부터 법원장후보 천거에 해당하는 ‘법원장 보임에 관한 의견’을 제출받아 내용을 검토 중이다. 간추린 명단은 조 대법원장이 향후 새 법원장들을 임명할 때 참고자료로 쓰인다. 이들은 내년 초 인사위원회를 거쳐 2월 10일 취임 예정이다. 이번 의견 제출은 자율에 맡겨졌지만 자천은 금지됐다. 의견 제출을 희망하는 법관은 경력 15년 이상 현직 법관을 2명까지 실명으로 천거 이유를 적어 법원행정처에 추천했다.

법원행정처가 법원장후보를 추천받은 것은 조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김 전 대법원장 시절 운영된 법원장후보 추천제와는 정반대인 부분이 많다는 분석이다. 김 전 대법원장 시절에는 각 법원 법관들이 소속 법원의 법원장을 두고 투표하면 대법원이 추려진 후보 2~4명 중 1명을 법원장에 임명했다. 각 법원 소속 법관들이 직선제로 법원장을 뽑는 제도에 가까웠다. 하지만 당시 법원장후보 추천제는 선출된 법원장이 책임자로서 소신 있게 권한을 행사하기보다 구성원들의 눈치를 보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장의 사건처리 독려가 자취를 감춰 결국 재판지연을 초래하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지난 9월 회의에서 "충분한 적임자 추천의 한계, 추천절차 진행 과정에서의 논란, 실시 법원의 절차적 부담 등이 있다"며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내년 2월에는 전국 법관들이 소속 구분 없이 현직 고위법관에 대해 의견을 내고 대법원이 이를 참고하는 형식으로 법원장 인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지방법원 판사와 고등법원 판사를 분리하는 ‘이원화’가 고착화한 가운데 인사적체가 발생하고 있는 고법 부장판사를 지방법원장에 임명할 길을 열어둔 점도 특징이다. 기존 법원장후보 추천제와 비교하면 인사권자가 폭넓은 의사를 수렴해 직접 결정하는 셈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지방법원 법원장 절반가량은 고법 부장판사들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올해 2월 첫 법관 정기인사에서 기존 법원장후보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아 해당 제도 폐지 의지를 내비쳤다. 한 부장판사는 "내년 인사를 앞두고 후보 천거를 받는 것은 기존 법원장후보 추천제와 대법원장 인사권을 절충하려는 의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고법 부장판사 기수에서 발생한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한편 김 전 대법원장 시절 단행된 사법부 민주화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조치로 보인다"며 "어설픈 민주화보다 확실한 엘리트주의가 낫다는 기조"라고 전했다.

한편 김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분산을 위해 도입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9일 회의를 열고 ‘합리적 법원장 보임 제도’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회의에서는 법원장 인사를 고법과 지법으로 분리 시행하는 이원화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한편 법원장 인사를 앞두고 법관대표회의에 의견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