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국가 계엄령 사례는…

세계 각국은 지도자 암살, 전쟁, 군사 쿠데타, 대규모 시위 등의 사태로 사회적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질 때 사태 수습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세계가 안정되면서 전쟁 등 비상사태 외에는 일부 권위주의 국가가 독재 유지나 민주주의 탄압에 사용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1963년 선포된 계엄령이 2011년까지 유지되는 등 전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계엄령이 이어졌다. 1963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바트당은 정권을 손에 넣은 직후 계엄령을 발동했다. 당시 시리아 국민은 집회, 주거, 여행, 통행 등 대부분의 기본적 권리를 제한받았다. 미얀마에서는 2021년 2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전복한 이후 계엄령이 선포됐다. 미얀마 군부 세력의 쿠데타 성공 이후 남부 중심지인 양곤에 위치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의 군사정권 반대 시위가 일어났는데, 군부가 65명이 넘는 시위대를 사살하는 등 유혈진압에 나서고 양곤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다. 2011년 바레인에서는 ‘아랍의 봄’ 영향으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국왕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시위대를 무력 진압했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1989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벌어지자 베이징(北京) 전역에 계엄령을 내렸다.

이란은 1978년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아들 죽음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시위가 벌어지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에 총을 쏘며 무력 진압했다. 이로 인해 64명이 사망하면서 시위는 오히려 전국적으로 번져나갔고 결국 1979년 호메이니가 왕정을 무너뜨리고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했다.

이외에는 내전이나 전쟁에 따른 비상상황으로 계엄령이 선포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2020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에도 양국은 계엄령을 선포했다. 필리핀에서는 2017년 내전 악화에 민다나오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