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입구로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에 무장 군인들이 진입하고 시민들이 몰려든 상황에서 계엄이 해제됐지만 4일 오전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 일대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는 전날 밤부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시민 100여 명이 자리를 지키며 대통령 탄핵 등을 외쳤다. 국회 정문은 시민들이 끼워놓은 “탄핵이 평화다” “윤건희(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타도하자!” “국민의 명령, 윤석열 탄핵” 등이 적힌 수십 장의 피켓으로 메워졌다. 시민 이모(62) 씨는 “대통령이 퇴진하기 전까지는 절대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며 “오늘은 계속 국회 앞에 있을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오전 1시쯤에는 계엄령 뉴스를 듣고 달려온 시민 4000여 명이 모였고, 일부는 국회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국회 앞 도로가 통제됐다가 해제되는 과정에서 경찰이 차로를 점거하고 있던 시민들을 끌어내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윤석열을 체포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치던 시민들 경찰이 밀어내자 일부는 도로 위에 아예 드러눕는가 하면, 시위 소품을 바닥에 내리치며 저항했다.

같은 시각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경찰들이 대거 배치돼 순찰을 돌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계엄이 선포된 후 경찰은 한때 대통령실 앞 인도를 걷는 행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경찰은 도보 통행을 다시 허용했지만, 여전히 횡단보도에 진입하는 행인에게 행선지를 묻는 등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통령실 입구부터 삼각지역까지는 10∼20m마다 경찰관들이 배치됐다. 순찰을 하던 경찰관들은 “시민들이나 단체들이 시위를 벌이러 몰려들 수 있다”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실 앞 도로를 지나던 차량 운전자가 돌연 창문을 열고 “물러가라”고 외치는 일도 있었다. 일부 시민은 경찰을 향해 “엉뚱한 사람 지키느라 나라 망하고 있다”고 소리를 지르며 지나가기도 했다. 용산구 주민 백모(76) 씨는 “동생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계엄령 소식을 듣고 혹시 앞으로 못 보면 어쩌나 싶어서 밖으로 나와봤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조재연·노지운·노수빈·조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