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초록우산 회장賞 - 김민재 봉명초 학생

To. 나의 멋진 자전거 기사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할아버지의 개구쟁이 손자 민재예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엔 저 데리러 오는 길이 힘드시죠.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마중 나와주셔서 감사해요. 이것 말고도 감사한 일이 셀 수 없이 많아 오늘 편지를 써봅니다.

저는 학교나 학원을 마치고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설레요. 학교가 마치면 맛있는 간식을 사놓고 기다리시고, 학원을 마치면 제가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시잖아요.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지루하지만 끝마치고 나온 순간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운동장 끝에 서 계시는 할아버지를 보면 막 신이 나요. 그때가 하루 중 제일 행복해요. 만약 할아버지께서 태워주시는 자전거가 없었다면, 개구쟁이 민재 말고 짜증쟁이 민재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매일 할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그렇게 할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지나면 제가 좋아하는 문구점이 나와요. 저는 문구점에 가는 게 즐거워요. 그곳에는 장난감, 문구세트, 포켓몬 카드 등 구경할 게 정말 많거든요. 엄마는 할아버지 용돈을 뺏지 말라며 장난감을 절대 못 사게 하시죠. 그런 엄마가 야속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제 마음을 너무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제 표정을 가만히 살피고는 “엄마 몰래 하나 사줄게”라고 말씀하셨지요. 순간 엄마에게 거짓말하는 건 내키지 않지만 할아버지 말씀에 너무 기쁘고 들떴어요. 그렇게 몰래 산 장난감을 결국 엄마에게 들켰지만 할아버지가 엄마에게 잘 말해주셔서 제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을 가지신 줄 알았어요. 항상 제 마음을 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 저는 멋진 계획을 꿈꾸고 있어요. 엄마는 할아버지 자전거를 바꾸자고 하셨지만 저는 이 자전거가 편하고 좋아요. 방석과 끈으로 대충 만든 제 자리지만 불편한 게 없거든요. 그래서 자전거는 그대로 타고 바퀴에 쓸려 망가진 자물쇠를 새로 바꿔 드리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제 마음을 잘 알아주듯 저도 할아버지 마음을 잘 헤아려 학교도 학원도 잘 다닐게요. 항상 건강하세요.

자전거 단골 민재 올림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