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내국인 고용 어려웠지만
이젠 비용 부담 문제가 가장 커

내국인을 뽑기가 어려워 고육지책으로 외국인을 고용해온 중소기업이 이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뽑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 등 다중 복합 악재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0인 미만 주요 업종별(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 기업 600개 사를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활용 현황 및 정책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라는 응답이 48.2%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내국인 구인 어려움’(34.5%), ‘2년 초과 고용 가능’(6.8%), ‘낮은 이직률’(6.5%), ‘낮은 노사분규 가능성’(4.0%) 등 순이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내국인 구인 어려움’이 92.7%,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가 2.9%였지만 1년 만에 긴축 경영을 위한 최우선 순위로 인건비가 떠올랐다.

외국인 근로자 활용 시 실무적 애로사항에 대한 조사(복수응답)에서는 ‘임금 등 직접인건비’(64.3%)와 ‘숙식비 등 간접인건비’(28.0%)라는 응답이 1·2위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도 지난해에는 ‘의사소통 어려움’(53.5%)이 1위였으나, 올해 들어 인건비 부담에 대한 애로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근 들어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24년 6월 말 국내은행 부실채권 잠정 현황’을 보면 중소기업 기업여신 신규부실은 4조50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7000억 원 급증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난 건 고금리·내수부진 장기화로 인한 중소기업의 극심한 경영난이 반영된 결과”라며 “향후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했을 때 기업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없도록 유연한 외국인력 공급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