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철강재 전반 피해 확산”

무역위, 중국산 저가 후판 등
관세부과 여부 내달 예비판정

계속되는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로 국내 철강업계의 피해가 확산하자 정부가 중국산 철강에 대한 ‘잠정 덤핑관세’를 추진한다. 잠정 관세는 반덤핑 조사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 부과하는 것으로 더 빠르게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저가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에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무역위는 지난 7월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 제품 등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하자 10월 4일 국내 산업피해 조사에 나섰다. 이르면 내년 1월 예비판정을 통해 잠정 덤핑방지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자 중국은 과잉 생산된 철강을 전 세계에 저가로 밀어내고 있다. 한국도 덤핑 주요 대상으로 이미 올해 10월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후판(115만7800t)은 지난해 전체 수입량(112만2774t)을 넘어섰다.

공정한 가격 경쟁이 어려워진 국내 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폐쇄했고, 현대제철도 포항 제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동국제강은 공장 개·보수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국내 조강(쇳물) 생산량은 4763만5000t으로 최근 1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현대제철 일부 공장 셧다운은 중국 덤핑 공세에 따른 피해의 시작일 뿐”이라며 “지금은 후판만 주목받고 있지만 이미 도금강판·컬러강판 등 철강재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중국산 철강재 품질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가격 측면에서 말이 안 되는 수준” “철강사 살려달라” 등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앞서 주요 철강사들이 모여 있는 경북 포항시는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달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건의하기도 했다. 특히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장 가동 중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