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자’ ‘감귤’ 부르며 조롱
복지부, 경찰에 수사 의뢰

집단 사직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사직 전공의가 기소됐지만 일부 사직 전공의들이 병원에 복귀한 동료 의사를 의사 커뮤니티에서 집단으로 괴롭히는 범죄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감귤(병원 복귀 전공의) 사냥을 잘해야 살 수 있다”란 글도 올라와, 5일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집단 괴롭힘을 통해 내부 단속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반의 A 씨는 지난 1일 자신의 블로그에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집단 린치를 폭로합니다’란 글을 올렸다. A 씨는 “(의사)커뮤니티에서 몇 주간 지속해 신상정보 공개, 허위 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 협박, 각종 모욕과 욕설을 포함하는 극단적인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서울대병원 소아과에서 수련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현재 B병원 정형외과에서 촉탁의(계약의사)로 일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A 씨 실명과 이력을 거론하면서 “동료 등에 칼 꽂고 신나?” 등 폭언과 A 씨의 부모를 모욕하는 악의적인 댓글이 다수 달렸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A 씨는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들을 겨냥한 ‘블랙리스트’가 돌았던 것을 언급하며 “그들을 ‘부역자’ ‘감귤’이라 부르며 비난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는데 점점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내년도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이 같은 집단 괴롭힘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사 커뮤니티에는 “앞으로 감귤 사냥을 더 잘해야 한다. 배신자로 낙인찍고 비인간적으로 매장시켜야 다같이 사는 길이다”란 글이 올라와 있다.

경찰은 명예훼손을 방조한 혐의로 메디스태프 대표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온라인에 개인 신상정보를 26차례 유포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모 씨는 지난달 22일 첫 재판을 받았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