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행이 시장과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p 낮추는 데 3년2개월이 걸렸는데, 불과 한 달 만에 또 한 번 0.25%p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이처럼 연속 인하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렇게 경제가 안 좋았던 코로나 시국에도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0%p 낮추고, 두 달 뒤인 5월에 0.25%p를 추가 인하했다. 이창용 총재는 향후 3개월 내 연 3%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한은이 우리 경제를 얼마나 안 좋게 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금리를 내린 중요한 이유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2%보다 낮은 1.9%로 예상된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이 실현되면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수출도 둔화할 것이므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선제 대응함으로써 민간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내수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한·미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환율이 오르고 이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데도 이런 결정은 환영할 만하다. 물가 상승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경기침체는 저소득 취약계층에 매우 큰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리 인하가 경기회복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실제로 소비와 투자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9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평균소비성향이란, 세전 소득에서 세금·국민연금·건강보험·대출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하고 남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을 의미한다. 그런데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전년 동 분기 대비 4.4%가 증가했는데도 이만큼 감소했다는 것은 가구의 미래 소득 전망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평균소비성향이 낮아진 것이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라니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경기회복을 넘어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위해선 가구의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를 높여서 소비심리를 반전시켜야 한다. 가구소득의 원천은 기업의 생산활동에 있으므로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 예로,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하는 것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재정·세제·금융을 지원하는 반도체지원특별법을 처리하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 규정을 신설할지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로 이 법안이 국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는데, 왜 주 52시간제가 반도체지원특별법과 연계돼 우리나라 기간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돼야 하는지 일반 국민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를 살리는 데는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국회가 더는 정치 셈법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소비심리도 회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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