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는 6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지 5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호암 이병철(오른쪽 네 번째) 삼성 창업회장과 이건희(〃 여섯 번째) 선대회장이 지난 1983년 경기 용인시 기흥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 6일 사업 진출 50주년

2억 매출, 17년만에 1조 돌파
올해는 사상첫 100조 넘길 듯

2020년 전후 AI 등한시 ‘실기’
HBM·파운드리, 추격자 전락

삼성전자가 오는 6일 반도체 사업 진출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최초’ 타이틀을 독식, 초격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출 규모를 50만 배로 늘리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최근 안팎으로 복합 위기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종합 반도체 1위 기업’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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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특히 2020년 전후로 열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등한시했던 것이 실기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첨단’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력을 되찾고, ‘범용’을 필두로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이중 과제를 빠르게 타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1974년 12월 6일 당시 삼성 계열사 이사였던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사재를 털어 부도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닻을 올렸다. 1975년 2억 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1986년 1000억 원을 넘겼고, 사업 시작 17년 만인 1991년 1조 원을 돌파했다. 1993년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올라 30여 년이 흐른 현재까지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매출이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관측, 반세기 동안 규모가 50만 배 늘었다.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50주년을 맞이하는 삼성 반도체 안팎은 가라앉은 분위기다. 별도의 50주년 기념행사도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5년 말 2세대 HBM 양산은 SK하이닉스보다 빨랐지만, 2019년 3세대부터는 역전당했다. 파운드리 사업의 대규모 투자에도 글로벌 1위인 TSMC와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기술 제재에도 반도체 자립을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레거시(구형) 반도체 생산량을 늘려나가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한국 수출의 버팀목인 K-반도체 실적도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과 낸드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각각 20.59%, 29.80% 급락했다. D램은 2023년 9월 이후, 낸드는 2015년 8월 이래 최저치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감산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하는 등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자 옛 미래전략실 출신인 김용관 사장도 DS부문에 신설된 경영전략담당을 맡아 기술 경쟁력 복원에 필요한 투자 등의 전략을 조율·지원하며 위기 타개에 가세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