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폭행보호사 사직 등 고려
구청 “치료소홀 넘어 방임” 항소

노인 요양원에서 학대 행위로 사망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요양기관 운영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송각엽)는 지난 9월 A 사회복지법인이 서울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낸 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기요양기관의 정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경우 지정취소 처분을 할 수 있지만 (현 상황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A 법인이 운영하는 경기 파주의 한 노인요양원에서는 지난해 2월 입소 중이던 노인과 요양보호사로부터 학대당한 또 다른 노인이 입소 3주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노인이 사망할 때까지 8차례 학대가 발생했지만 요양원 측은 2차례만 인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요양원장과 요양보호사, 간호과장 등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고 은평구청 등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은평구청은 지난해 8월 해당 요양원의 장기요양기관 지정을 취소했다.

A 법인은 은평구청을 상대로 장기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은평구청은 재판에서 “폭행 방지를 위한 주의·감독이 부족했고, 보호·치료를 소홀히 하는 정도를 넘어 방임행위도 존재했다”고 처분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요양원장이 사건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면서도 “기본적 보호·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까지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입소정원이 112명이고 현재 약 80명이 입소 중이다. 지정 취소 시 입소자들이 거처를 옮기는 등 불이익이 예상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은평구청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