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부총리 등 합동브리핑
“예산안 철회를” 이례적 비판

거대 야당의 유례 없는 ‘단독 감액예산안’ 강행 처리 시도에 대해 정부는 2일 ‘예산안 볼모 정쟁’으로 보고 처리 절차와 감액의 부당성 등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지만,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는 난처한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들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야당 단독 감액안에 대한 정부 입장 합동 브리핑에서 “야당의 무책임한 단독 처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단독 감액안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에 임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야당의 단독 처리 과정에 대해 “정부안 자동부의를 막기 위해 단독 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야당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며 “그동안 정부안이 자동부의 되더라도 매년 여야가 합의해 수정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야당 단독 감액안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세세하게 지적했다. 그는 “대외 불확실성으로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에 리스크를 더욱 가중할 것”이라며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당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예산안을 삭감하고 미래 성장동력 연구·개발(R&D)도 815억 원이나 감액했다”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내수 진작에 대한 부작용도 거론됐다. 최 부총리는 “야당은 청년도약계좌, 대학생 근로장학금 같은 사회 이동성 개선을 위한 대표적 사업도 삭감했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과 지역경제를 위한 정부 지원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야당 감액안에 대해 “국고채 이자비용을 5000억 원이나 삭감하면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허술한 예산”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러면서 단독 감액안 처리 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재부는 야당이 헌법과 국가재정법 등 법체계를 무시한 채 “예산안을 볼모로 정쟁에만 몰두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정 처리 시한인 이날 야당의 감액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기재부로서는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 편성 요건은 국가재정법상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사회 재난,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 등으로 제한돼 있어 야당 요구대로 추경을 편성한다면 법체계를 뒤흔드는 꼴”이라며 “내년도에 추경 편성 사유가 발생한다면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등 행정력이 낭비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희·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