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우성 혼외자 논란과 관련된 영국 BBC 보도.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 논란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영국 유력매체 BBC가 한국의 보수적인 문화와 유명 연예인을 향해 높은 도덕심을 요구하는 연예계를 비판했다. BBC를 비롯해 미국 CNN과 AP통신 등 외신은 한류 스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유사한 문제를 제기하곤 했다. 일견 수긍이 가지만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가치관보다는 자국의 기준으로 한국 사회를 재단하는 ‘몰이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적잖다.

BBC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정우성의 혼외자 논란이 국가적 논란을 불러왔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정우성이 모델 문가비가 낳은 아들의 친부라고 인정하며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문가비와 결혼 여부에 대해 침묵하면서 혼외 출산이 여전히 금기로 여겨지는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이번 발표는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라면서 “한국의 연예인들은 지나치게 높은 사회적 기준을 요구받는다. 한국은 강도 높은 감시 아래에 놓이는 등 보수적이고 강한 압박으로 악명이 높은 연예계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한국의 가족 구조가 다양하게 변화했다면서 정우성을 옹호하는 일부 진보적인 목소리도 있다”고 곁들였다.

BBC는 앞서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실내 흡연 사실이 적발돼 사과를 할 때도 “한국은 K-팝 스타에게 엄격한 도덕, 행동 규범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전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배우 이선균 사망 사건,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열애설 보도에 대해 CNN은 “한국 연예인들은 이런 집중적인 포화를 맞는 데 익숙하다”고, AP통신은 “한국에서 악의적인 온라인 댓글과 사이버불링으로 K-팝 스타, 정치인, 기업 임원 등 유명인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이 한국 연예계와 연예인들과 관련된 보도가 늘어나는 것은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이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전 세계 인구가 K-콘텐츠를 즐기고, 여기에 참여한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이 상승한 것과 비례해 보도 빈도와 비중 역시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부족하다. 통계청이 지난 8월 공개한 ‘2023년 출생 통계’에서 혼인 외 출생자는 1만900명을 기록했다. 전체 출생아(23만 명)의 4.7%였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 20명 중 1명이 혼외자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혼외 출생률(41.5%)과 비교하면 크게 밑돈다. 반면 BBC의 나라인 영국은 49%(2020년 기준) 수준이다. 출생아 2명 중 1명이 혼외자라는 의미다. 그들의 관점으로 볼 때는 한국 내 반응이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출생률 통계를 따져봤다면 한국 대중의 반응을 단순히 “보수적이다” “사회적 기준이 높다”고 치부하기 어려웠을 법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일부 선진국 외신들이 저소득 국가, 제 3세계에 대해 보도할 때 자기들의 관점으로 볼 때가 있다. 각 나라 시민의 관점이 아니라 자기 나라의 이익이나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다”면서 “각각 문화적 배경과 특성, 조직의 발전 과정을 전혀 고려 안 하는 건 올바른 보도 태도가 아니다. 한국의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현상을 전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고 악명이 높다’는 식의 보도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안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