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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이 임신 32주 전 태아 성별을 알리는 것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일 여야는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재석 286명 중 찬성 280명, 기권 6명의 의결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알릴 수 없도록 한 규정 삭제가 핵심이다.

현행법은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을 임부나 임부의 가족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의료인에게 자격정지 등 조치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이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부모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삭제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남아선호사상이 쇠퇴하고 성비 불균형이 해결된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에서 이 조항은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의료법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당시 헌재는 "임신 32주 전 태아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낙태의 전 단계로 취급해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이밖에 종합병원을 개설하려는 경우 등에는 시·도 의료기관 개설위원회의 사전심의 단계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 본인의 진료기록을 진료기록전송지원시스템 등을 통해 전송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임정환 기자